꼭 살기를 바랐습니다

by 나자영

평소에는 뉴스에 무심한데 이번에는 달랐다. 강동구에 싱크홀이 생겨 오토바이 운전자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가 꼭 살기를 바랐다. 오토바이만 찾고 사람은 못 찾았다는 뉴스까지 보고 어젯밤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 눈 뜨자마자 뉴스를 켜서 봤는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점심때 회사에서 다들 어떡하나 어떡하나 발만 동동 거렸는데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제발, 제발, 살기를. 차승원 주연 영화 <싱크홀>이나 하정우 주연 영화 <터널>처럼, 구조대가 올 때까지 끝까지 버텨서 결국에는 사는 것처럼, 이번 사고도 희망적으로 끝났으면 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점심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뉴스에서는 이미 싱크홀에 빠진 사람은 결국 심정지로 숨졌다고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너무도 허망한 죽음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토록 살기를 바랐던 사람이 끝내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해서 가슴이 땅으로 꺼지는 것 같았다. 밥을 먹고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내가 죄스러웠다.


오토바이 운전자 앞에 차는 튕겨나가서 가까스로 차주는 살았다. 한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살았다. 사람의 목숨은 내가 노력해서 부지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해서 놓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우리는 한낱 인간에 불과한 것인가. 산불도 아직도 진화가 안 되는 지금, 자연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낀다. 땅이 노하고 하늘이 노하는 것만 같다. 우리는 주어진 하루를 잘 살아내야 한다. 끝내 함께 하지 못한 이들의 몫까지.


이번 주는 여러모로 울적하다. 부디 더 이상 잃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목숨도, 우리의 자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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