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첫날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그동안 위염 때문에 못 먹었던 인스턴트 비빔라면을 먹었다. 역시 가끔 MSG가 몸에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몸에 좋지는 않을 것 같아서 나름 토마토와 삶은 달걀 하나를 얹어서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오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집 앞 카페에 갔다. 남은 2025년 하반기 계획을 수첩에 쭉 한번 그려보고, 조금 이르지만 2026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았다. 모든 계획들을 다 실천하지는 않아도 계획을 세워보는 그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일종의 취미라고나 할까. 이렇게 계획들을 세워놓으면 그중 몇은 실제로 이행하게 되는데 꽤 짜릿하다. 조금 있다가 브런치스토리를 열고 작가님들의 글들을 하나 둘 읽어보았다. 요즘에 브런치스토리를 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인생들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스 레몬 페퍼민트 티 하나로만은 입이 좀 심심해서 며칠 전 먹고 싶었던 크레페케이크를 하나 더 시켰다. 역시 밥 먹고 디저트 배는 따로 있나 보다. 몇 입에 금방 끝났다. 달달한 것까지 든든히 먹고 나니 챙겨 온 책을 꺼내어 읽고 싶어졌다.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린 단편 소설을 하나 읽어보았다. 글을 아무리 읽어봐도 새롭다. 그리고 글이란 무한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이 활자들로 얼마나 많은 글들을 쓸 수 있나. 그리고 이미 쓰인 글들이 얼마나 많은가. 별안간, 내가 죽기 전에 이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읽을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읽고 싶은 책 리스트는 매일 계속 길어지는데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카페에 한 두어 시간 있다 보니 다시 귀가 본능이 돌아왔다. 들어가는 길에 동네 슈퍼에 들러서 오늘 저녁 메뉴, 김치찌개 재료들을 샀다. 얼마 전 회사 선배가 준 김치가 잘 익어서 김치찌개에 딱이다. 거기에 오늘은 팽이버섯 전을 위해 버섯을 샀는데 하나에 800원 밖에 안 한다니, 요즘 고물가 시대에 참 착한 재료다.
집에 들어와 밥을 먼저 안치고, 박정민 영상을 좀 보다가, 저녁 시간이 되어서 두 팔 걷고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다진 마늘에 돼지고기를 볶다가 양파, 김치, 고춧가루 추가. 끓인 물을 부어주고 두부, 파 송송 추가하면 끝. 거기에 간은 간장 등으로 맞추면 된다. 근데 왜 엄마가 해주는 김치찌개 맛이 안 날까? 엄마도 가끔 파는 김치로 김치찌개를 해주시는데, 그래도 맛있던데. 언제고 생각나는 엄마의 김치찌개. 내가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저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