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힌 시간을 잇는 일

여행의 생각1

by 레쏘

고개를 들고 보니, 전선이 거미줄처럼 흩어져 있었다. 전기로 움직이는 트램에는 머리 위의 전선이 필수다. 선과 선 사이를 연결하는 장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습은 마치 도시 위에 쳐진 거대한 그물망 같았다.


노와 돛을 이용해 대양을 가르던 시대가 있었다. 바람의 힘만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던 시대가 저물고, 증기기관이 등장했다. 물론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세계는 좁은 경계의 전쟁에서 세계대전이란 역사를 만들었지만, 발견에 의의를 두는 것과 정복에 의의를 두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기술이란 본래 다면적인 성질을 가진다. 리스본에 트램이 생겼을 때, 그것은 마차 시대의 종말을 의미했을 것이다. 전기 트램은 도시의 향기를 변화시켰고 미관을 바꾸었다. 트램도 많은 도시에서 막을 내렸지만, 리스본의 노란 트램은 여전히 언덕을 오르내리며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을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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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진이 그런 트램과 같다. 오래된 사진들을 꺼내어 보다가 나의 사진이 남들의 그것과 다름을 깨달았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새 시대가 열리고, 내 삶의 항구에 배들이 들어왔다.

내 삶을 강제로 개방시킨 사진은 내 마음에 전쟁을 일으켜 혼돈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진 앞에 '나의 이야기'라는 승전의 실마리를 내밀었을 때, 나의 마음은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아직 나는 얽혀있는 트램의 전선 줄 같은 이야기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 선과 선처럼 서로 다른 시간들이 얽혀 있다. 하지만 그 전선들이 시스템을 이루어 트램을 움직이듯, 끝끝내 내 삶의 모든 곳의 이야기들을 연결해 내리라는 의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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