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은 왜 늘 미뤄질까

언젠가의 목록에 남겨둔 것들

by 레쏘

하루에 4계절을 다 만난 듯한 날씨였다. 대항해시대의 화려함을 걷다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골목길을 헤맸다. 마치 1년을 보낸 듯한 하루. 마트에서의 당황스러운 해프닝까지 더해지면서, 아침에 품었던 작은 의문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숙소로 가는 오르막길에서 문득 떠올랐다.

'저 위에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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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체력은 한계에 다다랐고,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가기도 힘든 순간이었다. 게다가 캄캄해지지 않았나. 15시간이 넘는 비행으로 온 곳인데, 정작 5분도 안 걸릴 이곳의 호기심은 오히려 해결하지 않게 된다. 이 작은 호기심을 해결하는 데는 왜 그렇게 미루게 되는 걸까? 내가 여행 온 이곳에서의 작은 궁금증은 금방이라도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리저리 미루고 또 미룬다.

'저 위의 탐험이야 머무는 동안 언젠가는 가게 되겠지'

마치 가까이 있는 맛집과 명소는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 미뤄지는 것과 같다.



이상하다. 언제든 할 수 있는 건 왜 미루게 되는 걸까? 지금 하면 안 되는 건가?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것과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는 뭘까? 마음을 먹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은 둘 다 같은데.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건 곧 하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한 번만이라도 마음먹고 해보면, 그 소소한 호기심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많은 기쁨이 있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결심했다. 가까이 있는 쉬운 것부터 해보자. 그렇게 점점 반경을 넓혀가자. '아무 때나 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미뤄왔던 것들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Q. 그래서 우리 숙소 위쪽으로의 탐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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