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태양 아래서 다른 마음이 되는 일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와 레스토랑 우마

by 레쏘

같은 곳을 몇 번이나 오갔지만, 날씨와 시간에 따라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종일 걸어 다닌 보람이 있는 날이었다. 비가 내린 뒤 곧바로 해가 나는 리스본의 풍경은 유난히 청명했다. 반영 사진도 찍었으니, 이제 석양을 보는 일만 남았다.


친구가 여기서 일몰을 봐야 한다며 이끈 곳은 산타 루치아 전망대와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였다. 처음에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등장하는 상 페드로 데 알칸타라 전망대를 떠올렸지만, 하루 종일 걸어 다닌 뒤라 시간과 위치를 고려해 이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았다.


리스본 대지진의 피해가 거의 없었던 알파마 지구에는 옛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말은 곧, 길이 몹시 좁다는 뜻이기도 했다. 차도도 비좁았지만 인도는 더했다.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인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한 사람만 간신히 지날 수 있는 길에서는 맞은편 사람을 기다렸다가 가야 했다. 황당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우리나라였다면 진작에 나무를 옮기고 보행로를 정비했을 법한 풍경이었다. 이곳은 사람의 편의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이런 사소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설마 행정이 귀찮아서 그냥 둔 건 아니겠지, 하는 농담 같은 의심도 잠깐 스쳤다.


포르투갈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리스본과 포르투의 석양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늘 의아했다.

‘우리 집에서 보는 해나, 리스본에서 보는 해나 같은 태양인데 왜 특별해지는 걸까?’

‘새해마다 해돋이를 보러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사실 잘 이해가 안 가. 지구가 자전해서 같은 해가 떠오르는 것뿐인데.’


나는 어떤 것에 의미와 감정을 부여하는 데 인색한 편이었다.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나쁘지 않네”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한다고 말하는 일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들이 별 관심 두지 않는 것에 의미를 찾는 편이 더 멋있다고 여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유치한 고집이었다. 튀고 싶지는 않으면서도 특별해 보이고 싶고,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시선은 부담스러워하는, 정반대의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었던 셈이다.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나도 그거 좋아해. 너무 좋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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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루치아 전망대는 평화롭고 탁 트인 곳이었다. 태주강이 넓게 펼쳐져 있어, 이쪽으로 해가 진다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에 있는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도 들러보고, 더 마음에 드는 곳에서 석양을 보기로 했다. 방향을 보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쪽은 동남쪽이었다. 해가 지는 장면을 정면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태양의 빛이 반사되어 오히려 더 오묘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아, 해가 지는 걸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긴 일출 보는 곳이었네. 미안해.”

친구는 기대했던 일몰 장소가 아니었다며 난처해했다.


“아니야. 오히려 이 장면이 더 멋있어. 잘 왔어.”

“와, 여기 내가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해둔 데야.”


미리 알아보고, 앞장서 길을 찾는 일은 여행에서 생각보다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 친구가 멋진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 놓고 미안해하는 모습에, 되려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들었다. 누군가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해 긍정하는 감정이 나에게도 있었나 보다. 친구 덕분에 오렌지와 핑크빛으로 물든 리스본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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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가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은 한국인들에게 꽤 유명한 우마에서 해물밥을 먹기로 했다.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에 나와 더 유명해진 곳이라고 했다. 안쪽은 이미 만석이었고, 세 명이라고 하자 옆 건물로 안내했다. 같은 식당이었고, 현지 가족으로 보이는 단체가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아이들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시끄럽다고 느끼면서도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그런 소음도 도시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는 거기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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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우리 숙소는 전망대 근처에 있을 만큼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오르막을 계속 올라야 했다. 말 수는 줄어들었지만, 다행히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다.

이날의 리스본 석양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 순간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이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에 더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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