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밤, 상상이 먼저 도착한 곳

여행단상

by 레쏘

막다른 길처럼 보인 것은 잠시였다. 가로등 빛을 받아 반짝이는 트램 선로가 밤의 기찻길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다. 실제로 기차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어디선가 천천히 기차가 들어올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따뜻한 오렌지색 등이 수고했다는 얼굴로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이쯤이면 이제 들어와 쉬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주변은 이미 어둠에 잠겨 어렴풋한 윤곽만 보였지만 돌아가 쉴 곳은 작은 빛 하나로도 찾아갈 수 있으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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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주한 리스본의 풍경은 현실보다 먼저 상상으로 다가왔다. ‘내가 지금 책 속으로 들어와 있나?’


평소라면 너무 익숙해 의식조차 하지 않았을 장면들이, 여행이라는 이유 하나로 특별해졌다.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에게만 특별해지는 풍경이라면, 그것은 최고가 아니라 유일함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특별함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선택이 이 밤을 이렇게 보이게 만들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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