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전망대와 일출
벌써 리스본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이다.
오늘 제대로 일출을 보리라 다짐하고 일찍 일어나 옷만 갈아입고 나섰다. 숙소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그라사 전망대로 향했다. 일요일 이른 아침의 주택가는 조용했다.
'아침 일찍 나가서 사람이 없는 여행지의 풍경을 찍어야지.'
오래전부터 이 다짐을 했었지만, 실천한 건 부끄럽게도 얼마 전부터다.
혼자 여행을 가면 늘 도미토리에서 묵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부스럭거리는 게 미안했고,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내가 먼저 나갔다 오면 일정에 차질이 생길 거라고 스스로 변명했다. 알람없이 일찍 깨도, 절대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었다.
이제는 새벽잠이 줄어든 갱년기가 알람을 대신해 나를 깨웠다. 억지로 다시 잠들려고 이불 속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게 싫었다.
지난봄 동생과 함께한 일본 여행이 전환점이 되었다. 둘 다 일찍 깨서 나가 숙소 주변을 산책했다. 커피 한 잔 하려고 가까운 카페를 검색하니 숙소에서 뛰어가면 30초도 걸리지 않을 곳에 베이커리 카페가 있었다. 분위기도, 음식도, 커피도 너무 좋았다. 계획에 없던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는 이불 속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것이었다.
포르투갈 여행에서도 그 재미를 찾아 아침 일찍 나섰다. 함께 온 친구들이 있어서 할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아마 또 망설였을 것이다. 아직 어두운 한적한 골목, 문 닫힌 가게들, 도움이 필요할 때 사람이 없다면...
낯선 곳의 새벽은 설렘이기도 하지만 중년 여성 혼자에게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전망대에는 우리 같은 여행자가 이미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출 시간이 언제라고?"
"어디가 동쪽이야?"
해가 서서히 떠오르면서 리스본 시내를 비추는 광경을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불그스름한 빛이 감돌긴 하는데 해가 짠 하고 나오지 않았다. 구름과 안개 사이에 가려지고 반사되어, 핑크빛 아침 풍경이 펼쳐졌다.
나오지 않았다면 못 봤을 풍경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아까 왔던 길 말고 다른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전망대로 오는 길에 본 카페테리아가 생각났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함께 아침 식사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며 들어갔다.
일요일 7시 30분경이었데 제법 사람들이 많았다. 출근 전에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나가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일요일이라고 모두가 쉬는 건 아닐 테니.
일어나서 대충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부스스한 아시안 중년 여성들에게 눈길이 갈 법도 하지만, 당연하게도 흘깃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끼리만 ‘좀 부끄럽네.’라고 말했을 뿐.
나온 김에 숙소 앞 전망대에도 올라가 봤는데, 세상에. 그새 안개가 자욱해져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안개 속에 숨어있는 리스본의 모습마저 아름답게 다가왔다. 부족한 잠은 포르투행 버스 안에서 자면 된다. 이불 속에 남아있는 것보다 나쁘지 않은 거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