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마지막 아침은 이상하게 느긋했다. 이동하는 날이면 보통은 마음이 먼저 분주해지는데, 이날은 몸만 바빴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아보카도와 토마토, 남은 과일들을 예쁘게 담아 사진까지 찍어가며 먹는 여유를 부렸다.
저녁에 재활용품을 내놓는 걸 계속 잊었다. "오늘 나갔다 와서 내놓자."를 아침마다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엔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분리해 주방에 모아두었다. 쓰레기 처리까지 깔끔하게 끝맺음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 분리하여 정리해 놨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호스트에게 체크아웃 메시지와 함께 재활용품 이야기도 남기면서 불편한 마음을 지웠다.
12시 05분에 출발하는 포르투행 플릭스버스를 예약해 두었다. 리스보아 오리엔트 버스터미널까지는 여유 있게 가야 했다.
나는 스스로를 즉흥적인 P성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동 일정만큼은 꼼꼼하다. 특히 외국에서는 출발 20분 전에는 플랫폼에 도착해 있어야 안심이 된다. 낯선 곳에서 길을 헤매는 상황에 시간까지 여유롭지 않다면, 그건 견디기 힘들다.
예전에 유럽에서 유레일패스를 개시하러 갔을 때를 떠올렸다. 여유 있게 도착했는데도 창구를 찾느라 헤매고, 줄은 길었고,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었다. 그때의 초조함이 의식의 어딘가에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일찍 도착해서 플랫폼 위치를 확인하고, 타야 할 곳에 서있어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리스본을 떠나는 일은 버스를 타는 것보다, 불안을 관리하는 방식에 더 애를 쓴 것 같다. 도시를 떠나는 마지막 시간조차 여유보다 통제 쪽을 선택하고 있었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시간보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반복해서 확인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되고 싶은 나'는 '실제의 나'와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