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번 여행에서 담당한 일은 숙소와 도시 간 이동 교통편, 데이투어 예약이었다. 세 명이 함께하는 여행이라 웬만한 곳은 볼트를 이용하기로 했고, 그래서 숙소를 고를 때는 전망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비슷한 시설이라면 당연히 전망 좋은 곳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여기 완전 미쳤는데?"
일행들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연신 감탄했다. 이거 마치 게임에서 선원들에게 인심을 얻기 위해 주점에서 한턱 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감도 상승! 여행에서 숙소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좋은 숙소는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베이스캠프니까.
사진을 가장 우선시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번 여행이라, 첫날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 씻지도 않고 잠시 동네를 산책하려던 마음이었는데, 알고 보니 일출은 7시가 넘어야 한단다.
'그럼 그동안 나갈 준비나 하자.'
밖을 보니 아직 캄캄한 하늘 아래 밤 같은 풍경이다.
다시 준비한다고 방에 들어간 후 겨우 7분이 지났다. 그런데 다시 나왔을 때는...
"어?"
세상이 밝아져 있었다.
7분 만에 이렇게 된다고?! 7시 10분은 돼야 해가 뜬다고 했는데?!
일출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놓쳤지만, 오히려 괜찮았다. 제대로 된 일출보다 더 특별한 걸 보았으니까. 7분 사이에 세상이 깨어나는 순간을. 리스본이 잠에서 깨어 하루를 시작하는 그 찰나를. 처음 만나는 리스본의 아침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로 함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이후에도 일행인 언니가 여행 내내 엄마처럼 우리의 아침 식사를 챙겼다.
"아침 먹자."
누가 챙겨주는 아침이라니! 혼자 여행할 때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호사였다. 거기다 리스본에 머무르는 내내 끝내주는 전망 앞에서 아침을 먹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리스본의 풍경을 바라보며 밥을 먹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다니. 여행에서 가장 사소하지만 가장 소중한 순간은 이런 게 아닐까. 함께 밥을 먹고, 오늘 뭐 할지 이야기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
첫날 일정은 리스보아 카드를 사용해 벨렝 지구를 돌아보기로 했다. 리스보아 카드로 벨렝 지구의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오픈런을 하라는 정보를 여러 번 보았던 터라, 우리는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숙소 위쪽으로 난 거리가 보였다. 저 위엔 뭐가 있을까? 여기도 이렇게 높은데 저긴 더 높네? 궁금했지만, 당장 가야 하는 곳은 반대 방향이었다. 아래로 내려가 버스를 타야 했다.
'나중에 꼭 올라가 보자.'
리스본은 그런 도시였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언덕을 올라갈 때마다 '저기엔 뭐가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마법의 도시.
리스보아 카드는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오늘은 대중교통의 날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노란 트램을 만났다. 우리가 타야 할 버스는 아니었지만, 리스본의 대표 이미지인 노란 트램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정류장과 트램에는 출근하는 사람들, 학교 가는 학생들이 있었다. 여행자인 우리와 일상을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잠시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비행기로만 15시간 넘게 걸리는 이곳까지 찾아온 우리를, 그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에게 리스본은 '꿈의 여행지'가 아니라 그냥 '집'일 텐데. 나에게는 십수 년을 기다린 끝에 온 특별한 곳이, 그들에게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평범한 일상이란 게 묘하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고대하며 마침내 도착한 리스본. 여기 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아침이었다.
꿈에 그리던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게임 속 NPC가 아니라 포르투갈 그 자체였다. 그들의 일상 속에 내가 잠시 스며들어 있다는 것. 그들과 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아침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특별한 여행이었다.
출항!
이제 진짜 나의 여행이 시작된다.
- 버스나 트램은 앞으로 타서 카드를 태깅하고, 내릴 때는 뒷문으로. 하자 벨을 누르면 앞쪽 전광판에 표시된다.
- 정류장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으니 구글맵을 보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시설과 전망을 보고 선택했다. 리스보아 카드를 이용한 날을 제외하면 걷거나 볼트를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