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약했던 아이
어릴 때부터 난 몸이 참 약했어요. 젖 한번 제대로 먹기 힘들 만큼 약한 아이였죠. 엄마는 내가 어릴 적 일찍 돌아가셨고, 할아버지랑 잠깐 살긴 했는데 오래 못 갔어요. 결국 혼자 남겨졌죠. 형제들도 다 흩어져서 나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몸이 약하다 보니 매일 아팠어요. 홍역이란 병에 걸렸는데, 제대로 된 치료는 꿈도 못 꿨죠. 그냥 견디고 버티는 게 다였어요. 그러다가 열일곱 살에 결국 집을 떠났어요. 전북 순창에서 살았는데, 갈 곳이 없어서 그냥 서울로 올라온 거죠.
서울에 와보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어디서 잘지도 모르겠고, 할 수 없이 서울역에서 3년이나 노숙을 했어요. 겨울엔 너무 추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배는 늘 고프고… 정말이지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그래도 살아야 했으니까 일자리를 찾았어요. 중국집에서 설거지를 시작했는데, 매일같이 그릇만 닦다 보니 주방장이 하는 일을 옆에서 보며 따라 하게 됐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주방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죠.
김포에서 꽤 오랫동안 주방장 일을 했어요. 그때는 그래도 살 만했는데,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요. 그게 결국 문제였죠. 몸이 망가지고 나니 다시 이곳저곳 떠돌아다녀야 했어요.
젊었을 땐 한 여자를 만났어요. 형편이 안 좋아 결혼식은 못 하고 혼인신고만 했죠. 그런데 생활이 너무 힘들어 결국 헤어지고 말았어요. 나한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내가 돌볼 능력이 안 돼서 고아원에 보냈어요. 그때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참 아파요.
그러다 혼자 살던 중에 청량리에서 지금의 박정자를 만났어요. 길에서 우연히 만나서 커피 한잔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이 살게 됐죠. 이 사람은 정말 착한 사람이에요. 다리가 안 좋아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하는데, 서로 기대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65살쯤 되니 정말 살기가 막막했어요. 결국 수급 신청을 해서 방을 얻고 밥을 먹으며 살 수 있게 됐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어요. 동네 사람들은 술 먹고 싸우는 일이 많아서 경찰도 자주 오고 난리였죠. 그럴 때마다 난 절대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젊었을 때 술은 많이 마셨지만, 남들처럼 싸움이나 하며 경찰서를 들락거린 적은 없었어요.
몇 년 전엔 뇌경색이 와서 몸의 절반이 마비됐어요. 걷다 보면 자꾸 넘어지고 힘들었죠. 어느 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약을 안 먹으면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먹고 있어요. 약이 너무 많아 불편하긴 한데 방법이 없죠.
이제 곧 새로운 임대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됐어요. 20년을 산 이 동네를 떠날 때가 된 거죠. 새로 가는 집이 조금만 더 넓고 깨끗하면 좋겠어요. 나이도 많아지고 몸도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이젠 좀 더 깨끗하고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오래 살아오면서 깨달은 건 건강이 최고라는 거예요. 몸이 건강해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수급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지만,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면서 내 몸을 돌보고 싶어요.
오랜 세월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조용히 편안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몸이 건강해야 모든 게 가능하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건강하고 평온하게 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