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각 04 | 겨울

쪽방에서 겨울을 난다는 것

by 진형

참 춥다.


특히 쪽방촌의 겨울은 유난히 더 춥고, 더 아리게 느껴진다.

방이라는 공간은 있지만 난방이 되지 않는 곳이 흔하다.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버틴다. 등은 뜨겁지만, 콧등은 시리다.


창문 틈 사이로 칼바람이 들어온다. 휴지며 수건이며 되는 대로 막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바람은 끝내 들어온다. 막을 재간이 없으니, 그저 견뎌낸다.

해가 갈수록 겨울은 더 추워지고, 쪽방 사람들은 더 혹독한 겨울을 맞는다.


2023년 겨울이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중, 한 주민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여기 불이 났어요. 빨리 와보세요.”


다급한 목소리에 곧장 쪽방으로 달려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소방차가 불을 끈 뒤였고, 현장은 수습 중이었다. 한 사람은 구급차에 실려 갔고, 다른 한 사람은 흰 천을 머리끝까지 덮은 채 응급베드에 누워 있었다. 사망했다는 뜻이었다.


불이 난 곳은 5층 쪽방 건물의 3층이었다.

목격자 말로는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했다. 다행히 옆방으로 번지지는 않았고, 불은 곧 진압됐다. 건물에 살던 수십 명의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대피해 있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혹한 현장이었다.


왜 불이 났고, 왜 사람이 죽었을까.


쪽방은 고독하게 춥다.


어떤 이는 전기장판 위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그 안으로 몸을 숨긴다. 어떤 이는 집주인 눈을 피해 몰래 히터나 온열기구를 켠다. 들키면 관리비를 더 내라는 말이 돌아오거나,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화재가 난 그날도 아마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추운 날, 친하게 지내던 형님과 방에서 소주를 한잔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 옛날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술이 오르고 졸음이 몰려왔을 것이다. 잠깐 눈을 붙이려 했지만, 찬바람이 너무 매서웠을지도 모른다. 몸을 녹이기 위해 부르스타를 잠시 켜 두었을 가능성도 있다. 화롯불처럼 따뜻한 온기가 방 안에 퍼졌을 것이다. 가스 결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희미한 가스 냄새가 새어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엔 대수롭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끝났을지 모른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쪽방에 가보면, 추운 날 가스버너를 난로처럼 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때마다 사용을 말리고, 곧바로 중단시키지만, 또 다른 겨울이 오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발끝과 손끝의 시림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본인도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건, 그만큼 추웠다는 뜻이다.


곧 한파가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 그렇게 겨울을 견디고 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