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각 07 | 설날

고향 없는 명절

by 진형

'설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설레는 단어들이 먼저 스친다.

기차표, 가족, 귀성길 정체, 세뱃돈, 선물세트….


하지만 쪽방의 설날은 다르게 흐른다.

거리는 평소보다 조용하고, 문을 열고 나서는 사람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세상은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이곳은 오히려 더 고요해진다.

떠나는 사람들 대신, 남아 있는 사람들의 하루가 더 또렷해진다.


물론 가족을 찾아가거나 오랜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설날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듯, 그저 또 한 번의 하루를 견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올해도 건강하세요.”


매년 같은 말이다.

입에 붙은 인사처럼, 설날이면 자동으로 나오는 문장이다.


그 말을 건네면, 대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래, 선생도” 하고 짧게 답한다. 어떤 이는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인사가 끝나면 다시 방 안은 조용해진다. 텔레비전 소리만 낮게 흘러나오고, 벽에 걸린 큰 달력의 빨간 글씨만이 설날이라는 사실을 겨우 증명한다.


이곳에서 설날은 특별한 외로움이다.


평소에도 혼자인 사람은 많다. 그러나 설날의 혼자는 조금 다르다. 텔레비전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웃고, 아이들은 세배를 하고, 화면 속 사람들은 “복 많이 받으세요”를 반복한다.


명절의 시끌벅적함은 텔레비전을 끄는 순간, 고요한 방 안으로 되돌아온다. 소리가 사라지면 비로소 외로움이 또렷해진다.


그 순간, “혼자”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남는다.

“설날이 뭐가 대수야. 나이 한 살 더 먹는 날이지.”

웃는 것 같았지만, 웃음은 아니었다.

체념인지, 자조인지 모를 표정으로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창밖을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젊을 땐 설날이 기다려졌지. 고향 내려가면 사람도 있고, 술도 있고… 그래도 내가 어디에 속해 있다는 느낌은 있었거든.”

잠시 말이 끊겼다.


“지금은 뭐… 갈 데도 없고, 부를 사람도 없고. 그냥 오늘이랑 다를 게 없는 날이지.”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컵라면 뚜껑을 열었다.

김이 오르는 그 작은 방 안에서, 설날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인사를 하고 방을 나왔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그리고 건강하시고요."


설날은 그렇게 지나간다.

누군가에게는 축복으로,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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