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학부모 상담

혹시 상담하다가 운 엄마는 나 뿐일까

by 이수정

이틀 전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첫째의 학부모 상담을 위해 학교를 방문했다. 근무에.. 육아에.. 피곤했지만 이번 상담만큼은 첫째의 담임 선생님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상담 시간인 오후 3시 40분에 맞춰 2학년 3반 교실에 갔다. 교실은 2층에 위치한 큰 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따스한 느낌의 곳이었다. 복도에 있는 가지런히 정리된 첫째 아이의 실내화를 물끄럼히 바라보았다. 교실 앞에서 앞문의 투명 창을 통해 지금 들어가도 되는지 살펴보았다. 선생님은 전화기를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두 발짝 물러서서 기다렸다.


이윽고 선생님이 문을 열며 활짝 웃으며 맞아 주었다. “어머니 오래 기다리셨죠? 들어오세요.”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교실로 들어가서 선생님이 안내해 준 의자에 선생님과 마주 보고 앉았다. 따뜻한 티 한잔에 올라오는 아지랑이가 지금의 어색한 공기를 가라앉혀 주었다.


왜 선생님 앞에만 서면 나는 작아지는가. 더군나다 나의 아이의 일이다. 내 일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작년에 초등학생이 된 우리 아이는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볼을 가진 남자 아이다. 보통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 주변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준다. 나도 그 조언들을 안 들은 것은 아니다. 이를 테면 초등학교에 가기 전 그 근처에 유치원이나 학원을 보내 미리 친구를 사귀어 놓는다거나, 이 정도는 교육은 시켜 놓아라 등등. 하지만 모든 엄마들이 정해 놓은 그 길을 나는 따르지 않았다. 아이가 처음 겪어보는 상황도 본인이 잘 해결하길 바랐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도 잘 적응할 거라고 믿었다. 비록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지라도, 그런 과정들이 아이가 크는 데 자양분이 되어 줄 거라고 믿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되어 담임 선생님께 처음 들은 얘기는 우리 아이가 기본적인 학습 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일주일간은 많이 놀랐다고 하였다. 학교에 와서 수업을 시작할 때 바른 자세로 앉아 수업에 맞는 책을 피고, 어디를 공부하는 차례인지 알고 착착 따라와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그 부분이 잘 안 되어 있다고 하였다.


모르고 있었다. 첫째가 조금 산만한 부분이 있다고만 생각했지 그런 부분은 세세하게 알지 못했다. 선생님은 그런 아이를 위해 짝꿍을 세심하게 배치해 주었다고 했다. 그 분단에 앉은 아이들도 우리 아이를 잘 챙길 수 있도록 꼼꼼한 아이들로 배치해 두었고, 수업을 잘 챙길 수 있게끔 신경 써 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그 자리에서 아이를 다그치지 않는다는 말까지 해주었다. 선생님의 세심함에 그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선생님은 휴지를 챙겨서 괜찮다고 위로해주었다.


우리 아이는 ‘인정 욕구’가 큰 아이라 칭찬을 많이 해줘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 주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그날 기분을 알 수 있게 감정 스티커를 교실 앞에 비치해 놓고 아이들의 기분을 체크한다고 하였다.


문득 가만히 아이의 교실을 둘러보니 따스한 기운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그리고 교실 칠판 앞에 있던 문구..‘꽃 같이 예쁜 말 사용하기’..


그 문구는 내 기억에서 아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너무 잘 따라와주고 있다고, 처음과 다르게 한번 시작하면 무서울 정도로 학습효과도 좋고 잘하고 있다고, 그러니 오늘 집에 돌아가서는 아이를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 하였다.


“네가 노력하는 거 엄마가 잘 알고 있어. 잘 성장하고 있어. 선생님도 너의 변화를 잘 알고 계셔. “


그리고 우리 아이는 화용언어가 부족하고, 친구들과 갈등이 있을 때 대처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친구들한테 부드럽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하는 게 좋겠어”라고 부모가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상담을 계기로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평소에 내가 집에서 쓰는 말도 신중해야겠구나.. 느꼈다.


쉬운 게 하나 없는 초등학교 2학년 엄마지만,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라 엄마가 처음인 나도,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아이가 노력하는 만큼 나도 노력해야지.


선우야! 너의 슬기로운 학교 생활을 위해, 엄마도 좀 더 신경 쓸게. 우리 남은 학교 생활도 잘해보자. 힘든 일이 있으면 너의 뒤에는 항상 너를 믿어주는 엄마 아빠가 잊다는 거 잊지 마!


너는, 엄마의 꽃이야.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