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다시 쓰는 일기 (14)
조언도 많이 들으면 좀 무겁네요.
저는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입니다. 이상주의적이고 몽상가적인 경향이 있어서 사진 촬영이나 창작활동에서는 꽤 유용한데, 조직생활과 직장 내에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주변에는 현실적이고 계획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모르게 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모양입니다.
최근에 저에게 어려운 일들이 생기면서 직장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를 빼고는 모두의 조언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보다 나은 결과가 예상되는 조언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한 구석에 허전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조언대로 실천을 하면 몸이 편해질 것은 알겠지만 내 마음, 내 감정 어딘가가 허전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직장이니 그런 감정에 빠져있기보다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우선해야겠지요.
머리는 아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네요.
더구나 조언을 따르기 위해서는 약간의 갈등과 불편도 감수해야 합니다.
경계를 긋고, 선을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누군가는 저로 인해 불편할 수 있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평소보다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언을 많이 들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어깨가 무겁습니다. 좋은 말들이지만 우선은 나만의 언어와 감정으로 소화시켜야 실천이 될 텐데 회사에서의 업무가 그렇게 기다려줄 여유가 있지는 않으니까요. 친한 동료들은 빨리 실천을 하라고 성화입니다. 나를 위한 마음을 알기에 저도 별 말은 안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조언들을 충분히 소화시킨 뒤 저만의 언어로 나를 이해시키고 변화를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동료들은 답답하게 보겠지만 급하다고 쌀도 안 씻고 밥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중년의 나이가 되다 보니 작은 것이라도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년이기 때문에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이 필요한 나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익숙하고 편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겠지요. 익숙하다는 이유로 품고 있던 것들을 이제는 하나씩 떠나보내고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살아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