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다시 쓰는 일기 (15)
좁고 깊은 인간관계와 얕고 넓은 인간관계.... 그 차이가 무엇일까요?
저는 소수의 사람들과 좁고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선호합니다. 제가 관계를 맺는 인간관계 모임이 대부분 저를 포함해서 3~4명 정도만 함께합니다. 그 이상 사람이 늘어나면 제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저는 이 소수의 인원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기대도 많이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교류를 하고 나머지와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대화나 교류하는 비율이 차이가 날 뿐이죠. 저와 친한 사람들 외에 나머지 직원들과는 저 역시도 '얕고 넓게' 두루두루 적당히 지냅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20~30년을 지내왔습니다. 가끔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그래도 그게 상처가 되지는 않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는 신뢰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주변을 보면 저와 정반대의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얕지만 넓은 인간관계를 하는 사람들. 적당히 두루두루 잘 지내지만 딱히 깊어보이지는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나이를 먹을수록 좁고, 깊은 소수의 인간관계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 눈에는 '필요에 의한 관계'를 하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저는 그런 관계는 딱 질색입니다. 인간관계라는 건 마음을 나누고 서로간의 정을 느끼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저는 회사에서도 이런 관계를 추구합니다. 다행히도 저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저와 생각이 같아서 함께 어울리며 서로 돕고 의지합니다.
얕고 넓은 인간관계는 사회생활에서는 꽤 유리해보입니다.
회사는 정과 의리보다는 업무 효율과 성과가 우선시되는 곳이다보니 얕고 넓은 관계를 유지하면 사회생활이 원만해집니다. 타인에게 인간적인 감정과 기대가 낮다보니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기대가 낮으니 상처 받을 일도 적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정 사람에게 서운함이 생겨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교류가 그것을 채워주면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그 '얕고 넓게'관계를 맺는 사람과 친해졌습니다. 이 사람은 항상 여러 사람들 속에 어울려 지내는 사람이었는데, 우연히 저와 1대 1로 대화를 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해보니 생각도 잘 맞고 관심사도 비슷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보니 저는 습관적으로 이 사람에게 '깊이'를 기대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깊이'를 원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커서 이 사람과 지내면서 많은 오해와 갈등, 기대와 상처가 많아졌습니다.
인간관계에도 분산 투자가 필요한 것일까요? 대화상대로는 좋은데 일상을 함께 공유하기에는 서로 간의 가치관이 달라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화는 깊게, 기대는 얕게하면 서로 상처 받을 일도 없을 것 같은데 소수에게 기대와 관계를 집중해 온 저의 스타일로는 잘 수용이 안 되는 방식입니다.
내 기준을 좀 내려 놓으면 얕고 넓은 관계를 맺는 사람과도 어울려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며 인간관계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저의 완벽주의인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사람을 버리던가 나를 바꾸던가 해야 할 상황입니다.
다만 아직은 그게 좀 어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