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다시 쓰는 일기
"너 요즘 동굴에 있는 것 같다?"
회사에서 친한 동료가 건넨 말이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동료가 건넨 말이기에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동료의 말이 무겁게 느껴진 것은 그다음에 나온 말 때문이기도 했다.
"너는 여기 사람들과 가치관이 다른 것 같아. 너와 가치관이 같은 사람이 이곳엔 없는 것 같아."
사실, 처음 듣는 말도 아니다. 종종 듣는 말이다. 내향적인 성격의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쓸 때,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산책을 나설 때, 집이나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볼 때 나는 채워짐을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동굴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동굴 밖에 있을 안전지대가 없을 뿐이다.
회사에서 혼자서 사진 작업을 담당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나는 혼자인 순간들이 많다. 그리고 결이 맞는 동료들의 이직과 휴직이 이어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동굴에 있는 날들이 많았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세상 밖으로 몸을 반쯤은 걸쳐두고 삶을 살아간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향인과 내향인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립적으로 혼자 삶을 살고 싶은 욕구와 어딘가에 소속되어 '함께'를 느끼며 안정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요즘 나는 사람들 속에 너무 오래 머물러 균형이 깨졌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업무 외에도 일상을 나누며 즐겁기도 했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가 타인에 의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꾸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커질수록 이해는 더 어려워진다. 나조차도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내 말을 귀담아 들어줄 사람만 있어도 성공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처방했다.
그리고 나서야 조금씩 나와 타인 사이의 균형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동굴에 있는 것 같다는 동료의 말은 내가 가는 길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물론, 어디까지 난 그 동료의 기준일 뿐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 동료는 인간관계도 넓고, 사회성도 좋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동굴'에 대한 기준이 다른 사람인 것이다.
그래도!
자유로운 바다를 향해서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길 끝에 바다가 아니라 동굴이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서서 지도를 펴보고, 나침반을 한 번 봐야겠다.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