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아빠와 초딩 자매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7)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
"우두두~ 다다다 다다~~~"
우리 집의 고요를 깨는 익숙한 소리. 잠결에도 귀가 번쩍 뜨였다.
오늘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잠시 후..
"드르륵~ 쿵!"
역시나 오늘도 나는 아니었다.
나는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안방을 들여다보니 큰 딸과 작은 딸이 모두
안방 침대에서 아내와 함께 자고 있었다.
새벽에 들렸던 소리는 자기 방에서 잠을 깬 큰 딸이
새벽에 엄마가 있는 안방으로 달려가는 소리였다.
혼자 자다가 새벽에 잠이 깨면 무서운지 꼭 엄마에게 달려간다.
나의 코골이가 심해진 뒤 우리 부부는 서로의 숙면을 위해 각방(?)을 쓰고 있다.
"왜 아빠한테 안 오고?"
"아빤 피곤하잖아. 아빠 깨우기 싫어서 그랬지~"
말은 참 고맙고, 기특한데 나는 무언가 좀 서운했다.
작은 딸은 엄마 껌딱지라 언제나 아내를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 큰 딸은 언제나 엄마보다 아빠가 좋다며 항상 내 품을 떠나지 않던 아이였다.
큰 딸은 내가 회식이 있어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한 시간이 넘도록 울면서 나를 찾았다.
그래서 술자리에서건, 지하철에서건 영상 통화라도 해서 내 얼굴을 봐야 잠이 들던 아이였다.
"엄마가 좋아서 그러지~!!"
.. 라며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한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는 결국 엄마가 최고인가 싶어서
좀 서운했다.
아니면,
언제나 동생이 독차지하고 있는
엄마의 품이 그리웠던 것일까?
아이들이 엄마를 잘 따르면 좋은 건데,
엄마와 딸이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으면 건강한 건데,
나는 또 이게 뭐라고
서운함을 느끼고, 질투 아닌 질투가 난다.
그저 아이들에게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육아를 하면서 가끔 이렇게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결핍'을 만나게 된다. 나의 결핍이를 만나게 되면 현실 육아에서 잠시 벗어나 내 안의 아이를 돌봐줘야 한다.
이 아이도 나의 두 딸들 못지않게 나의 사랑과 나의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안의 결핍이를 제대로 돌봐줘야 나의 감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평온하게 대할 수 있다. 이게 어긋나서 못나게 굴었던 일들이 몇 번 있다 보니 이제는 서운한 감정이 들면,
"내 안의 결핍이가 나를 만나러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 한다.
아이들에겐 엄마도 아빠도 모두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대상일 것이다. 아빠는 아빠라서 좋고, 엄마는 엄마라서 좋은 것일 테니 내가 서운할 일은 없다. 엄마보다 아빠가 좋다며 달래올 때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육아를 통해 내가 더 성장하는 경험을 얻는다. '육아'가 힘들지만 아이와 함께 커가는 즐거움이 있어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다.
육아일기를 쓰다가 진짜 나의 일기가 되어버린 글이 됐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