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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Jul 07. 2024

중년 아빠 초등 자매의 학교 상담

중년 아빠와 초딩 자매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3)

지난봄의 일이다. 


주중에 조퇴를 하고 아이들 학교로 향했다. 이날은 초등학교 2학년인 두 딸아이의 학기 초 상담이 있는 날이었다. 아빠가 상담을 오는 경우는 1학년 때에도 별로 없긴 했는데, 나는 작년에도 올해도 학부모 상담에 참여했다. 집에서 아이들을 통해 학교 생활을 듣는 것과 담임 선생님에게 듣는 것은 제법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년에는 아내와 같이 갔었는데, 올해는 혼자다. 아내는 회사 일이 바빠서 시간을 내지 못했다.

혼자서 아이들 상담을 위해 학교에 들어서니 긴장이 좀 됐다. 머릿속으로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을 계속 떠올리며 교실 문을 열었다. 


아이들 교실에서 상담을 받는데 온몸에 진땀이 흘렀다. 


먼저 큰 딸의 담임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상담을 시작했다. 담임 선생님과 1대 1로 마주하고 앉자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담임 선생님 입에서 나오는 큰 애의 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말썽꾸러기'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조용히 하라고 말을 해야 했고, 옆 짝꿍과 꿍짝이 잘 맞는지 정말 종알종알 떠든다고 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몸이 점점 굳어지고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아이가 참 밝아요. 발표도 잘하고, 아이들하고 잘 어울립니다."


하긴... 이제 겨우 2학년인데, 밝고 명랑하면 된 것 아닌가... 하면서 위안을 삼았다.


큰 아이의 상담을 마치고 작은 아이 반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의 큰 아이 담임 선생님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일단, 작은 아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아이는 집에서도 좀 산만하고 고집이 센 편이었다. 공부에도 그닥 관심이 없어서 놀기를 더 좋아했다. 


이런 사실들을 담임 선생님을 통해 확인하니 커다란 충격을 받는 기분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아이의 학교 생활을 이야기해 줄수록 나쁜 부모가 되어 벌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던 것인가 싶어서 아이들에게도 미안했고, 앞으로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상담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가 정말 밝고 긍정적이에요."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 내용을 전했지만,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나는 어려서 눈치를 많이 보며 자랐다. 선생님과 부모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썼다. 그런 내 모습이 싫어서 아이들만큼은 눈치 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키우고 싶었다. 밝고 명랑하다는 평가에서 어느 정도는 아이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키운 것 같았지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됐다. 이제 2학년이니 좀 더 사회의 규칙들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고, 학습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온 아내와 캔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기분 탓인지 맥주가 입에 썼다.

아내는 내가 한 번의 학교 상담으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나름의 속도와 개성을 갖고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는 낮에 학교 상담에서 들었던 담임 선생님들의 말투와 감정, 표정, 호흡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을 잘 키운 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됐다. 나는 아이들을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것인지 생각했다. 건강한 아이? 밝은 아이? 개성 있는 아이? 꿈이 있는 아이? 똑똑한 아이? 


아내가 답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것이었나? 


아이들을 돌아보니 각자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었다. 쌍둥이들은 둘 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에게 미술을 좀 더 가르쳐서 화가로 키워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너희 이다음에 화가가 될래?"


아이들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아니. 나는 아이돌 하고 싶어."


아... 그래... 그림 좋아한다고 다 화가가 될 필요는 없지. 그래, 너희들 꿈이 무엇인지 스스로 잘 찾을 수 있게 길잡이가 되어줄게. 꿈은 너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니깐.


아이들 대답에 당황한 내 모습을 보며 아내가 피식 웃더니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더 가져왔다. 나는 처음보단 가벼워진 마음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아내와 잔을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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