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사진 찍는 중년 아재의 넋두리
사진을 찍습니다.
그렇다고 멋진 풍경이나 창의적인 예술 사진은 아닙니다.
제가 촬영하는 사진은 '업무용', '기록용' 사진입니다.
회사에서 제가 하는 업무 중 하나가 사진 촬영이거든요.
회사의 여러 가지 행사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고 편집하고 합니다.
회의, 토론회, 사장님 인사말씀, 체육대회, 발표회... 그런 행사들이 대부분입니다.
딱히 체계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좋아서 시작한 일도 아닙니다.
그냥 어느 날, 어쩌다 보니
"니가 해라"
"네? 네..."
그렇게 시작됐죠.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면서 배우고, 퇴근 후 인터넷이랑 유튜브 찾아보면서 배우고
하면서 일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배워가는 재미도 있었고, 어느 정도 숙련이 되었을 때는
"나 재능 있나 봐?"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딱히 관심이 커서 시작한 것도 아니다 보니
일정 선 이상의 한계를 느낍니다.
한계가 왔을 때는 그 한계를 극복하려면 공부를 통해 레벨업을 해야 하는데
그럴 마음이 잘 생기지를 않네요.
"이 정도면 됐지 않나... "
라는 생각이 자꾸 레벨업을 방해합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촬영 말고도 여타 다른 업무들이 있다 보니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요.
하지만 핑계겠죠...
지금 저는 사진 촬영 스킬을 레벨업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에 제 사진들이 정체되어 있다는 지적을 좀 받았습니다.
회사 행사 사진이 다 뻔한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과거에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니, 마치 무슨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동일한 구도와 동일한 설정으로
찍긴 했더라고요. 촬영 장소가 '회사'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매번 같은 회의실, 같은 공간에서 찍다 보니 아예 그냥 제 머리에
"이 장소에선 이 정도 설정값으로 이 포인트에서 찍자"
라는 공식을 머리에 입력해 버린 것 같습니다.
레벨업을 해야 하긴 하는데, 어렵긴 하네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육아를 하고 나면 졸린데 공부는 또 언제 하나 싶어서
늘 손에 익은대로만 찍고 있습니다.
'독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좀 독한 마음을 먹고 한계를 넘자고, 이 벽을 넘어보자고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위축되어 있는 기분입니다.
무언가를 새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즐거우면서도 두렵기도 하네요.
사진에 '위축'되어 있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회사 업무용' 사진 말고 우리 가족사진 좀 찍어봐야겠습니다.
독기를 품기 전에
사진 찍기의 즐거움부터 좀 다시 맛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