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로 하는 마음재활 (3)
다리를 다쳤습니다.
왼쪽 무릎 어딘가가 찢어진 것 같습니다.
mri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데 나흘 뒤에 결과가 나온다네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답답하네요.
곧 아이들 방학이라 그동안 아낀 연가를 이용해서 애들도 돌봐야 하는데 꼼짝을 못 하게 됐네요.
다친 다음 날 아이들과 워터파크를 가기로 했었는데, 너무 미안했습니다.
요즘 촬영이 많아서 계속 야근이라 아내가 계속 독박육아를 했는데, 이젠 제 간호까지 하게 되어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네요.
다치고 나니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 왜 하필 지금 다친 걸까... 할 일도 많은데...
- 잠깐 브레이크가 필요했는데 차라리 잘 된 건가
- 그때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다치지 않았을 텐데...
온갖 후회와 불안,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검사 전날에는 검사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을 다 설쳤네요. 요즘은 평소에 안 하던 기도까지 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다친 무릎을 보이자 의사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검사를 하기 전이니 딱히 뭐라 말은 안 하지만
그 표정만으로도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저 제 해석이 지나친 것이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의사를 만난 뒤, MRI 검사를 받는 20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기도를 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수술만 피하게 해 주세요. "
차라리 팔을 다쳤다면 나머지 한 팔로 뭐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다리를 다치고 나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기력하고 나 자신이 바보 같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병원에서 깁스를 하고 목발을 하고 나오면서 아내에게 아무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한지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제 옆에서 제가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그저 감사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결혼은 잘했나 봅니다. 쫓겨나지 않고 나를 돌봐주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다리를 다쳐서 어제오늘 회사도 쉬고 있습니다. 누워서 책이나 봐야지 싶었지만 책이 통 눈에 들어
오지를 않네요. 뭐라도 쏟아내고 싶어서 브런치를 붙잡고 있습니다.
서랍에 저장해 둔 글들을 완성하면서 마음을 좀 돌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