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로 하는 마음 재활 (2)
수술 후 한 달쯤 지나고 서서히 재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걷지 않았다고 무릎이 굳어버려서 꺾이지를 않네요. 수술한 다리는 한 달 만에 근육이 다 빠져나가서 말랑말랑해졌습니다. 근육도 다시 채워야 합니다.
마치 아기가 되어 걸음마부터 세상 모든 것을 새로 배우는 기분입니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 모든 신경을 발에 집중합니다. 다치기 전에는 다리가 걸을 때 무조건 일자로 움직이는 줄 알았더니 한 발 내딛고 걸을 때도 우리 무릎은 굽혔다 펴지고 있었습니다. 다치기 전에는 평생 몰랐던 내 몸에 대해 알아가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걸음마를 배우 듯 내 몸에 집중을 하던 어느 날, 내 삶의 기초적인 부분, 본질에 대한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진을 찍나?"
사춘기 소년 같은 질문이지만 저 질문에 쉽게 답을 못 하겠습니다.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빠이고 아들이고 직원인데 나는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데, 나는 여태 이 사진들을 왜 찍었고 무엇을 위해 찍어야 하는지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나는 나지 뭐. 찍어야 하니까 찍고 잘 찍어야 인정받으니까 잘 찍는 거지 뭐."
...라고 스스로에게 답을 해보지만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다치기 전에는 하루하루 바빴습니다. 그 속에서 하는 고민들은 '기술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스킬들 말이죠.
그런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의 브레이크가 걸린 이 상황에서 문득 내 안에서 나의 근원, 본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입니다. 회사와 세상과 단절되어 내 자리가 사라져 간다는 불안에 시달렸었는데, 이 질문이 찾아온 뒤로는 내가 나와 강력하게 연결되는 기분입니다.
때로는 회사에 복직하지 않고 사표를 내고 모험을 떠나는 상상도 해봅니다. 인생 2막을 열어 줄 새로운 삶의 목표와 열정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중년의 가장이 꿈꾸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그래서 그 모험을 바다 건너 어느 외딴곳이 아닌
내 마음속으로 떠나 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내 안의 나와 깊이 연결되어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야 할 때인가 봅니다.
그동안 먹고살기 바빴는데,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이런 고민을 할 시간이 생겼으니 행운인 것 같습니다.
마음의 재활은 나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