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고 나서야 깨달은 것들

브런치로 하는 마음재활 (4)

by 다시

"이 사람이 나에게 연락을? 의외네... 고맙네."


다리를 다치고 여러 날 출근을 못 하고 있습니다. 친한 사람들과는 진작에 연락을 했고,

어제오늘은 뜻밖의(?)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다친 것을 알고 걱정해 주는 카톡과 전화였습니다. 직장 동료가 다쳐서 출근을 못 하고 있으니

걱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도 같지만, 제가 일부 소수하고만 친하고 인간관계가 좁거든요.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람들의 걱정과 안부 연락에 반갑기도 하면서,

'이 사람이 왜 나한테....'라는 생각도 동시에 떠오르네요.


제가 너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거나 타인의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마음이 병든

모양입니다.


어쨌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답답한데, 문득문득 오는 연락들이 반갑고 힘이 납니다.





저는 내향적이다 보니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를 못 합니다.


한 명과 깊게 대화를 하다가 인원이 조금 늘어나면 슬그머니 도망쳤고, 친한 사람들이 있어도 그 주변에 저랑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면 그냥 지나쳤지요.


업무 자체도 사진 촬영 담당이다 보니 혼자서 시작해서 혼자서 끝맺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팀 내에서도

사진 촬영 업무는 혼자 담당하기 때문에 언제나 혼자였죠.


늘 사람들 속에서 웃고 즐기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 탓에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점점 꺼렸습니다.


"나는 원래 혼자야. 나는 혼자가 편해. 그냥 혼자 있자. 혼자가 어때서"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켜 왔지요. 그것이 고립인 걸 알면서도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업무적인 외로움과 고립감이 깊어지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다리를 다쳤지요.



그리고 회사 동료들의 메시지와 연락을 받으면서 제 생각만큼 혼자가 아니었고,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저 업무가 그랬을 뿐이고 제 해석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저도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니야.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며 스스로 위안을 해봤지만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오지를 못 했었습니다.


이 외로움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고립감이었습니다. 촬영이야 혼자서 끝내면 되는 일이니 결과물에 영향은 없었지만 내 업무 외에는 사람들과 교류를 점점 줄여나갔고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장 늦게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외로움을 넘어선 고립감은 꽤나 저를 괴롭혔고, 주변의 친한 사람들이 조언을 해줘도 그다지 가슴 깊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촬영에 더 매달렸고 그럴수록 점점 더 사람들과 멀어졌습니다.



신을 믿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아니 어떤 힘이 저를 다치게 한 모양입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을 해줘도 못 알아듣겠냐! 니 주변도 좀 보면서 일하라고! 카메라만 쳐다보고 있는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냐~! 이래도 깨우치지 못할래!"


그래서 어떤 힘이 제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저를 다치게 한 모양입니다. 좀처럼 고립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혼자라는 생각을 놓아버리지 못하니 다치게 해서라도 그 생각을 놓아버리게 만들어주려나 봅니다.



처음에는 다친 것이 억울했습니다.

지금 한 참 바쁠 시기인데, 곧 마무리해야 프로젝트가 있는데, 가족들도 돌봐야 하는데.... 별별 현실적인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처음에는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자

어떤 이유가 있어서 다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지내다 보니 정신없이 회사를 다니고 미친 듯이 촬영을 하던 시간들이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나는 원래 집에 있던 백수였는데 회사를 다니던 꿈을 꾼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무엇을 찍고 싶었고 왜 사진을 찍고 있는지 근원적인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정신없이 매뉴얼대로 눌러대던 셔터에서 손을 떼자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 나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목소리들,


나는....

다친 다리를 치료하면서 이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런데!

친해서 자주 연락할 줄 알았는데, 연락이 뜸한 사람도 있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싶지만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