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다

브런치로 하는 마음 재활(6)

by 다시

다리를 다치고 수술 후 퇴원하기까지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퇴원하기 전까지는 거의 누워서만 지냈다.

씻는 것도 쉽지 않았고,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을 안아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철없는 아이들이 "아빠~"하고

달려와도 아이들이 실수로 내 다리에 부딪힐 것 같은 걱정이 먼저 든다.


무기력....


부상 후 내내 나를 괴롭히는 감정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하루하루 시간을 죽이고 있는 기분이다. 목발을 양쪽으로 하다 보니 남는 손이 없어 빈 그릇조차 옮기기 어렵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밥이라도 차려 먹으려면 진땀이 난다.


팔을 다쳤다면 한 팔로 뭐라도 했을 텐데 다리는 한쪽만 다쳐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하긴, 지금 생각해 보니 팔을 다쳤다면, 글을 못 썼을 테고 그러면 더 절망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부상 후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일기든 브런치든 메모든 뭔가를 쓰는 순간이다.


아무튼...

이런 무기력, 무력감에 빠져 있다 보니 자꾸 마음이 약해진다.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겁이 나고, 상처가 된다. 멘탈이 멀쩡할 때도 서운함을 자주 느꼈는데, 지금은 감정 컨트롤이 어렵다. 감정에 휘둘릴 때면 명상, 산책, 런닝 등을 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가 지금 느끼는 무력감과 불안감이 근거 없는 불안이며, 잘못된 해석이라는 것을 잘 안다.


치료를 잘 받고, 재활을 잘하면 나는 다시 걸을 수 있다. 그런데도 목발에 의지해 걷는 나를 볼 때면 자꾸 별별 걱정이 다 든다. 마음을 추스르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어제는 잠시 아파트 현관 앞까지 나가봤다. 힘들긴 했는데 기분이 상쾌했다. 세상이 이렇게 밝고 넓었나 싶었다. 나의 무기력을 상징하는 것 같던 목발이 이날은 "목발에 의지해 이 정도라도 움직일 수 있는 게 어디야"라며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모처럼 바깥공기를 쏘이면서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


지금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맞다. 내가 다치게 되면서 아내의 가사 분담이 많아졌지만, 그래서 미안하지만 회복과 건강에만 신경 쓰고 이 미안한 마음은 나중에 갚자.


침대 옆에 아이들을 불러서 숙제도 좀 봐주고, 같이 게임도 하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도 많이 친해졌고, 아이들도 요즘은 엄마보다 나를 더 많이 찾는다. 아빠가 아프다고 심부름도 잘한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야 할 때인가 보다. 다친 다리로 뭐라도 해보려고 하다가 상처가 덧나면 그게 더 큰일이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자.


■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 아이들 스케줄 관리 및 숙제 봐주기

- 재활 운동 하기

- 독서 및 글쓰기

- 아내의 수고에 고맙다고 표현하고 다정하게 웃어주기

- 아이들 많이 안아주고 이야기 들어주기

-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안부 전하기

- 재활 기간 동안 나의 삶을 정비하고 미래를 계획하기


적어놓고 보니...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네^^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약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다친 다리는 당장 내 의지로 어쩔 수 없으니 내 마음이라도 잘 돌봐야겠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