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 나는 어디서 노년을 살아야 할까
요즘 가장 자주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나는 어디서 노년을 살아야 할까?”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벅찼던 시절에는
내일조차 막막해서 우리 부부의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고, 이 땅에 조금씩 익숙해진 지금
나는 내가 늙어가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도 한다.
이민을 온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나는 한국은 여전히 나의 고향이다.
익숙한 말, 익숙한 음식,
작은 하나하나에도 추억이 남아 있는 그곳.
무엇보다도, 내 부모가, 내 친구들이,
그리고 내가 ‘ 가장 나’였던 시절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더 이상 내가 살던 그 한국이 아니다. 여기 생활에 익숙해진 현재의 나에겐
모든 게 빠르게 발전해서 돌아가는 그 속도에
나는 따라갈 자신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노후를 책임질 생활비다.
가지고 온 전세금은 이미 다 썼고
지금 가진 자산만으로는 한국에서 안정된 노년을 꿈꾸기 어렵다.
반면, 여기도 여전히 낯설다.
말도 완벽하지 않고, 친구도 많지 않다.
병원 하나 가기도 긴장이 되고
하지만 이곳에는 연금이 있다.
일정 나이가 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연금.
그 연금 하나만으로도
기초적인 생활은 가능하다는 게 얼마나 큰 안정감인지 모른다.
게다가 이곳은 조용하다.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누구도 나이 들었다고 무시하지 않고
누구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한국을 그리워하면서
여기 이 나라에 안착하려 애쓰는 중간 어딘가에 서 있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미국에 사는 누군가가
자신을 태평양 난민이라 부르는 걸 본 적이 있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마음은 한국에 있는 사람.
지금 내가 정말 그런 것 같다.
가끔은 너무 그립다.
한국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누군가와의 커피 한 잔의 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의 맑은 공기와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이 평온함이
내 노년을 위한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든다.
그래서 요즘 결심했다.
두 나라를 오가며 사는 노년을 살아보기로.
연금이 나오는 이곳에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가끔씩 한국에 머물며 나의 나라에 대한 향수를 채우는 것.
어쩌면 나는 더 이상 ‘한 나라에만 속한 사람’이 아니라
두 나라를 오가며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어디서 노년을 꿈꾸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 선택이 어디든
그곳이 당신의 마지막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에
따뜻하고 평온한 장소이길
바란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보는 일이
이렇게 눈물겹고, 귀한 일인 줄 몰랐다.
주변 친구들은 나의 이민 생활을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용기라기보다는 절박함이었다.
그리고 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영어를 못했고
수입도 없었고
매일매일 외로움과 전쟁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가족을 챙기면서도 나 자신은 잊힌 채
한 걸음, 한 걸음
버텨냈다.
누군가는 작은 일이라 여길지 몰라도
나에겐 그 모든 날이 전쟁이었고,
동시에 성장의 나날이었다.
이 책은 누군가에겐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바란다.
이 글이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위로가 되기를.
혹시 지금
이민 생활에 지쳐 있고
삶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에게
“괜찮아요. 여기까지 잘 살아왔잖아요.”하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도 불안은 계속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나는 ‘이방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낸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