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죄송하지만 저의 때는 제가 정할게요 :)
30대 초반을 넘어서부터 엄마와 주변 어른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이젠 결혼해야 할 때이지 않아?"
"이젠 한 직장에 오래 다녀야 하지 않아?"
"너 친구들 다 결혼하는데 너도 가야 하지 않겠어?
"이젠 집을 사기 위해 투자해야 할 때이지 않아?"
처음 저 말을 들었을 시기부터 벌써 몇 해를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때를 못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주변인들에 나에게 던진 위 질문 중 하나도 때를 맞추지 않고 살고 있다.
어느덧 30대 중반.
인턴까지 포함해 11년 차 IT 업계 마케터로 늙은 고양이와 함께 전셋집에서 지낸다.
회사일은 내 영혼을 갈면서 해왔지만 정작 내 것은 일기로만 남기고 살아온 10년.
호기심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고 나누고 싶은 것도 많지만, 말로만 하고 남기지 못한 채 살아온 15년.
'나보다 잘 아는 사람도, 잘하는 사람도 많은데 내 말이 누군가에게 가닿을까?'
워낙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와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이유로 무엇 하나 행동하지 못했다.
(이 마음은 특히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면 더 공감할 것 같음)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모르는 편지처럼, 내 안에는 항상 그런 생각과 말들이 부유하고 있다.
최근 현재 다니는 직장의 퇴사를 결정하고 어떤 회사를 갈까 고민하다 '솔로 워커'로 일하기로 결심했다.
스스로 해보고 싶은 실험도 있고, 주변에 같이 해보고 싶은 일감도 많아서 혼자 또 같이. 다양한 프로젝트로 일하기로 결정!
상쾌한 마음에 불현듯 엄마의 걱정이 먹구름처럼 떠올랐다 - 결혼, 안정적인 직장과 소득
그런데 나는 이상할 정도로 맑고 편안하다.
누군가는 30대 중후반 미혼 여성이 안정적인 직장을 떠난다는 것이, 결혼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내 삶이 불안해 보일 수 있고 이상해보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부러울 수도 있겠지만, 퇴사를 앞둔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건강하다.
그러다 불현듯 깨달았다.
그래, 이젠 그래야 할 때다!
'친구들은 다 결혼했는데'라는 압박에서 많이 괜찮아지기까지.
직장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결혼, 직장, 돈, 학교 등 카테고리는 다 다르지만 이걸 관통하는 것은 한 가지다.
"부족하고 나아가야 할 길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나는 나로 괜찮은 존재야"
엄마가 원하는 때가 아니어서 속상할 수 있지만 (엄마 미안),
나 스스로 별로인 날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존재라고 느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것이 이해된다는 것!
누구 한 명에게라도 이 마음이 가닿을 수 있게 무언가를 해야 할 때다.
붕 뜬 채로 양극화되어 살던 시절을 지나 나를 찾아온 20년.
나를 도운 수많은 사람들과 좋은 심리치료사 덕분에 지금의 나는 괜찮을 수 있다.
나는 치료사도 상담가도 아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려고 한다.
앞뒤 연결되지 않는 글이 연재될 수 있지만, 근간은 '사랑과 평화'라는 것을 알아주시길 바라며...
다 쓰고 보니 꽤나 진지하지만 굉장한 유쾌한 사람이라는 것도 어필해 보며 첫 화를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