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목포 여행 day 2
“틈만 나면 목포에 갑니다” 매거진 3화
‘무해하다’
사람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이런 생각이 든다.
’ 무해하다.‘
누구에게도 해 끼치지 않고 살아갈 것 같은 사람들.
목포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오붓한 생 빵집에 들어갔을 때에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
‘무해하다.’
우리밀 100%로 만들고, 설탕, 버터, 우유, 계란을 넣지 않은 건강한 빵을 만드는 빵집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주인장 인상이 또 그처럼 무해하다.
무해하다는 건 과한 친절을 말함이 아니다.
오히려 과하게 응대하지 않는 무위의 행동에 가깝다.
과하지 않게 필요한 말과 행동만 한다.
10시 오픈런으로 갓 구운 뤼스틱, 치아바타를 사 와서 건강하고 맛있는 아침을 즐길 수 있었다.
쫄깃한데 고소하고 담백한데 맛있다.
구보책방은 목포역 근처에 있는 책방이다.
이 주인장 부부 또한 참으로 무해하다.
수줍게 웃고, 조심스레 차를 건네는 모습이 그러하다.
부부가 닮은 듯 그러하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겸손하게 책을 추천하는 모습이 그러했다.
구보책방엔 책방 이전 영업하던 “우미장”여관 간판이 붙어있다.
길가는 사람들이 여관인 줄 알고 들어오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어 여관 아니라고 설명해 주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한다.
간판을 떼면 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레트로한 감성이 좋아서 그냥 뒀다고 한다. 참으로 무던한 사람들이다.
목포에 자주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친구들 때문이다.
‘안토니아스 라인’ 영화에서 안토니아스는 어머니와 여생을 보내기 위해 딸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나의 친구 도르도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언니네 부부와 목포에 내려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도르가 목포에 오자, 도르의 친구들이 하나둘 목포에 내려와 정착해 살게 된다. 자석처럼 사람들을 목포로 끌어들인다.
도르, 도르의 엄마, 도르의 언니, 도르의 친구, 언니의 남편, 도르의 친구의 남자친구, 도르의 친구의 친구….
폐쇄적인 연결망이 아니라 열린 연대로 관계망을 만든다.
이 관계망에 틈만 나면 목포에 오는 나조차도 끼워준다.
목포에 와서 협동조합도 만들고 사업도 하고 꼼지락꼼지락 많은 일을 한다.
엄마와 여유를 즐기며 살겠다고 목포에 내려온 것 같았는데 여유로워 보이진 않는다.
이곳에서도 바빠 보인다.
하지만 멋져 보인다. 멋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시트콤 같다.
뭘 하든 쉽지가 않다. 한 번에 되지 않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소재로 깔깔깔 푸하하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웃을 수 있어 시트콤이 된다.
실패담을 소재로 그렇게 웃다 보니, 사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목포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나는 목포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