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목포 여행 day 3
“틈만 나면 목포에 갑니다 “ 매거진 4화
토요일 저녁, 가요주점의 현란한 음악소리가 외부 스피커로 목포 원도심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 음악이 가장 잘 들리는 자리에 고양이가 자리를 잡았다.
구석도 아니고 사람들이 지나는 자리 한가운데 앉아 있다.
가만 보니 고양이 꼬리의 흔들림이 예사롭지 않다.
세상에나, 음악에 맞춰 꼬리를 흔들어대고 있다.
음악을 즐기는 고양이로소이다.
예향의 도시, 목포의 고양이로소이다.
예향의 도시 목포에는 봄, 가을이 되면 거의 매주 축제가 열린다.
목포에 처음 갔을 땐, 가는 시기에 맞춰 축제가 열린다고 운이 좋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축제는 매주 열리고 있었다.
그러니 가는 시기에 맞춰 목포 축제를 검색하면 언제라도 무슨 축제든 참여할 수 있다.
이번에도 아무런 준비 없이 왔는데, 원도심가을음악회, 남도 음식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시원한 그늘에 자리 잡기도 어렵지 않고 경품행사에 참여해 상품을 타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지난여름엔 건어물협동조합에서 하는 건맥축제에 참여하여 크루즈 승선권, 제주 배 승선권을 타기도 했다.
내가 운이 좋았다기보다, 누구나 이런 행운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상품이 넉넉하고, 인심은 더 넉넉하다.
어떤 때는 상품을 하나도 못 탔다고 하니, 옆에 있는 목포 언니야가 자기가 받은 코롬방 제과 빵 선물세트를 나에게 주기도 했다. 멀리서 왔으니 가져가라며.
“우린 여그서 또 사 먹으면 됭께. 멀리서 온 사람이 가져가씨오.”
이 한마디에 빵과 선물에 연연해하지 않는, 그런 것쯤은 통크게 모르는 외지인에게 양보할 수 있는 목포 사람들의 품격이 느껴졌다.
(빵을 받아서 품격 운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토요일 밤, 목포 부두에 갔다. 조기 털이를 보러.
조기터는 장면이 장관이라고 했는데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새 조기철이라 마침 때가 맞았다.
부두에 환하게 불을 밝히고 그물 주위로 수십명이 모여 능숙하게 조기를 터는 현장은 정말 놀라웠다.
오십 명쯤 되는 사람들이 한 팀을 이뤄 그물에서 조기를 빼내고 있었다.
조기를 터는 게 아니라 그물에서 빼서 어판에 담는 작업인데 ‘조기 털이’라고들 한다.
그 작업은 아무나 참여할 수 없다고 한다. 손이 잘 맞아야 해서 숙련직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목포 부두에 다섯 팀 정도가 조기 털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분명 밤이었는데, 새벽 시장의 활기참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델루나 건물이 보인다.
목포 근대역사관, 옛 일본 영사관 건물인데, “호텔 델루나” 드라마 촬영장소로 더 유명하다.
목포의 원도심 거리를 걷다 보면 멀리서도 보인다.
근대역사관 관람이 끝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면, 그 안에서는 드라마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진짜 일어나고 있을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