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층계만 보고 올라가다 발견한 이 표지판, 정말 만세를 부르고 싶더군.
'울레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쉼 없이 오르막 길만 있던 첫날. 오전 10:00 입산 허가증을 받은 뒤로 5시간 40분 만에 첫 번째 숙소에 도착했다.
울레리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있는 Super View 로지. 주변에 로지도 여러 개가 있어 아무 데나 마음에 드는 곳에서 머물면 되지만, 꼼꼼한 사람들은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리뷰를 보고 미리 결정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는 포터가 가자는 곳으로 따라가면 되고, 알아서 방도 잡아 주니 처음에 패키지로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Super view, 로지의 이름답게 저 산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멋진 뷰가 있는 곳이고, Ulleri(울레리) 마을 이름처럼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이다.
해가 떨어질 무렵이라 그런지, 움직임 없이 쉬어서 그런지 금방 싸늘한 기운이 돈다.
맥주 생각이 간절하지만 일단 짐 정리부터 하는 걸로.
라잔이 안내해 준 2인실, 주인과 얘기 후 이 방을 나 혼자 쓸 수 있게 해 주었다. 역시 외지인이 얘기하는 것보다 현지 친구가 얘기하는 것이 더 혜택을 받는 듯하다. 아무래도 포터는 계속 손님을 데리고 올 사람이니까.
드디어 이 겨울용 침낭을 테스트해 보는 첫날이다. 밤에 얼마나 추울지 가늠이 되지 않아 일단 핫팩 하나를 꺼내 놓았다.
샤워를 마치고 식당에 내려오니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시간대가 달라 올라올 땐 만나지 못했지만 모두 나와 같은 코스로 올라 온 사람들이다.
식사를 주문하러 메뉴판을 보다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네팔 루피아의 환율을 보자면 100루피아가 한국돈으로 1,100원가량 됐다. 싱글룸 2,750원, 더블룸 4,400원, 트리플룸 5,500원, 음식 안 먹고 잠만 자면 11,000원, 뜨거운 물 샤워 1,100원, 앞마당에 텐트 치는 비용 1,700원가량. 물론 가격이 저렴해서 놀란 것도 있지만 음식 안 먹고 잠만 자면 싱글룸의 4배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의 로지는 숙박 비용보다 음식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니 꼭 밥을 먹으란 얘기다.
네팔의 전통 식사 딸밧을 주문했다. 역시 일회용 미역국을 준비해 가길 잘 했다. 음식을 크게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비주얼적으로나 맛으로나 고향이 그리워질 땐 짭조름한 미역국이 최고다. 뜨거운 물을 돈 주고 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참, 숙식은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지만 물이나 음료수는 개별적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 주머니 사정이 아주 나쁘지 않다면 동행한 포터에게도 음료수를 건네는 건 작은 성의 표시다.
라잔에게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더니 주방에 가서 따로 식사를 하고 온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손님을 데리고 온 포터에게 숙소에서 무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 내 식사가 끝날 무렵 주문하지 않은 과일을 라잔이 들고 온다. 사과와 귤, 포카라에서 출발할 때 무겁게 들고 왔던 그것이다. 이렇게 이쁘게 깎고 쪼개서 말이다. 나름 나도 신경 쓴다고 음료수도 사 주고 했지만 라잔이 내게 하는 걸 보니 고맙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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