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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Jul 29. 2017

21.히말라야! 피곤함과 불편함이 가득한 곳

햇살은 뜨겁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얼마 걷지 못하고 금방 숨이 차 오른다. 출발했던 촘롱 마을이 저 산 너머로 보인다. 산의 능선을 따라 오다 보니 그늘 보기가 어렵다.  

퍼지기 직전 도착한 시누와 로지. 촘롱에서 겨우 2시간 거리고, 오늘 가야 할 히말라야까지는 4시간 반을 더 가야 한다. 

이제 본 게임에 들어왔을 뿐인데 모두 기력이 다한 모습이다. 냉장이 안 된 콜라, 시원한 콜라, 얼어있는 콜라, 모두 가격이 다르다. 이런 산 중에서 얼어 있는 콜라를 맛보게 될 줄이야. 살 것 같다.

쉬는 짬짬이 사진을 찍는다. 간혹은 인증샷도 찍어야 하는데 번번이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기도 번거로워 그냥 건너뛰곤 하는데, 모처럼 멋진 뒷배경으로 사진 한 장 부탁했다. 마차푸차레가 나오게 찍는다더니 내 목만 달랑 나왔다. 몸이 나오게 찍어 달랬더니 산을 잘랐다. 라잔을 앉게 하고 내가 한 장 찍어주곤 그 구도로 다시 한번 찍고서야 제대로 사진이 나왔다. 짐 들고 오랴, 늦게 가는 나와 보조 맞추랴 힘들 텐데 사진 찍는 것 까지 까다로운 손님에게 끝까지 웃으며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 라잔에게 정말 고맙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편하게 선 자세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가능하면 키 큰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면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찍기 때문에 낭패인 경우가 많다. 

마차푸차레에 좀 더 가까이 왔다. 물고기 지느러미 모양이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다. 

그러고 보니 나와 함께 5일째 걷고 있는 포터 라잔. 그 사이 먹어치운 초코파이와 귤, 사과들. 라잔의 짐이 조금 덜어진 것 같다. 며칠째 걸으면서 한국말로 숫자 세는 법을 알려 줬더니 기억력이 제법 좋다. 1년에 히말라야를 찾는 한국 사람이 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가이드는 일당도 올려 받을 수 있다. 콜라나 핫초코를 살 때마다 한국말로 셈하는 법을 알려 줬다. 또한 덕분에 나도 네팔어로 10까지는 카운트할 수 있었다. 층계를 오를 때 숫자를 세면 좀 덜 심심하게 갈 수 있다.

1.에크

2.뚜이

3.띤

4.차르

5.파츠

6.차

7.사뜨

8.앗

9.노

10.다스 

밤부 로지. 대나무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마차푸차레에서 자는 일정으로 오는 사람들은 이쯤에서 하루를 지내고 움직일 테지만 아직 좀 더 걸을만하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나무들이 가늘어지고 있다. 딱 이 고도에 맞춰 대나무가 보인다. 흐려지는 하늘 위에서 뭔가 훅훅 소리가 난다. 자세히 보니 히말라야 원숭이들이 나뭇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고 있다. 

점점 일기가 나빠지고 있다. 비라도 오면 큰 일인데.

아직 한 시간쯤 더 가야 되는데 이렇게 안개가 끼는 걸 보니 곧 비가 올 것 같다. 안개가 짙거나 비가 오면 가장 문제는 몸이 젖는다는 것이다. 체온 유지 때문에 샤워도 할 수 없고, 옷까지 젖어 버리면 말리기도 어렵다. 낮에 걸을 때 옷이라곤 바지 한 벌에 윗도리 두벌뿐. 잘못하면 잠옷 추리닝을 입고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른 코스보다 더 긴 이 곳. 마지막 체력도 달리지만 속도는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안개가 비로 바뀌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오후 4시 15분. 드디어 히말라야 로지에 도착했다. 감동이다. 날씨 때문이기도 했지만 산에서 해는 정말 금방 저문다. 각자 출발했지만 결국 같은 곳에서 만난 한국 일행들.

도착한 기쁨은 잠시, 종종 로지에 방이나 침대가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히말라야까지 오는 사람들은 촘롱에서 서둘러 출발을 해야 한다. 정말 다행히도 6명 있는 여자 방에 침대가 하나 비어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이 곳은 식당만 전기불이 들어온다고 했다. 해가 지자 방이고 화장실이고 개인 플래시가 없으면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휴대폰에 있는 플래시 어플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물론 헤드라이트도 계속 켜고 다니지만 습한 곳에서는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고 플래시로도 써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충전하기도 어려운 곳이니까. 보조 배터리가 없으면 정말 애 먹을 수 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사는 것도 신기하고, 우리가 먹을 양식이 있다는 사실에도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춥고, 허기지고, 씻지도 못하고, 앞도 안 보이고.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피곤함과 불편함이 가득한 순간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대감과 설렘이 모든 것을 견디게 한다. 또한 이 순간들은 모두 지나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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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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