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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Jul 02. 2017

3.뜻밖의 동행자가 생겼다.

이륙이 가까워 오자 끝도 없이 땅을 가득 메운 거대한 건물 숲이 눈에 들어 온다. 후진국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라 네팔, 그래도 수도인 카트만두(Kathmandu)의 규모는 생각보다 꽤 큰 도시였다. 인구가 천만명 가량 되니까... 


비행기에서 내내 네팔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공부해 보는 네팔어, 외우기는 커녕 발음하기도 시원찮다. 결국 보고 또 봐도 기억에 남는 건 '나마스테' 한 마디. 공항 분위기가 인도와 비슷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질서정연한 편이다. 짐을 찾고 출국카드를 작성하고 있었다. 키가 훌쩍 큰 한 친구가 와서 말을 건다. '한국 분이세요?' 뉴질랜드에 사는 스무살 학생인데 처음 나온 외국여행이라며 다짜고짜 '여행 하는 사람끼리는 그냥 친구 해도 되죠?' 라고 묻는데 웃음만 나온다. 용기라고 해야 할 지, 패기 넘친다고 해야 할 지, 그냥 무작정 부딪히면 될거란 생각으로 가이드북도 지도도 계획도 아무것도 없이 왔단다. 계획이 없긴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내게 말을 시킨 이유는 시내까지 가는 택시를 같이 쉐어하고 싶다고 원하는 바를 정확히 얘기하는 친구, 이 정도면 혼자 살아남겠구나 싶었다. 


네팔에 오기 전, H가 네팔 친구에게 호텔 예약만 부탁한 게 아니라 공항픽업까지 부탁을 해 놨다고 했다. 혹시 몰라 메신저에 있는 내 프로필 사진도 그 친구에게 보내 놨다고 했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한 남자가 내 사진을 프린트해서 들고 있었다. 출장 다닐 때도 이런 VIP 대접은 받아 본 적이 없다. 다가가서 인사를 하자 본인은 마중 나오기로 한 Sanjay가 보낸 기사라고 했다. H의 친구인 Sanjay가 갑자기 미팅이 생겨 기사만 마중을 나왔다고 했다. 차를 타려고 하자 기사가 옆에 있는 친구를 힐끔 쳐다 본다. 분명 여자 한 명이라고 들었던 모양이다. 공항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인데 숙소까지 같이 태워다 달라 부탁을 했다. H의 친구 Sanjay가 예약해 준 숙소는 그의 친구가 운영하는 모텔급 호텔로 시내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방도 넓직했고, 내부에 있는 정원도 제법 넓었다. 숙소까지 같이 온 뉴질랜드 청년은 역시 숙소를 잡고 오진 않았지만 방값을 물어 보더니 본인은 좀 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알아 보고 오겠노라 했다. 무작정 부딪히면 되겠지 하던 그 녀석의 여행 방법은 '일단 아는 사람 따라 다니기' 였던 것. 비교적 빨리 숙소를 잡고 돌아 왔다. Sanjay와는 저녁에 만나기로 했으니 비는 시간 동안 주변을 좀 둘러 보기로 했다. 후진국이긴 하나 제법 와이파이 터지는 곳이 많은 네팔, 오히려 한국에서 심카드 사는 일 보다 수월한 편이다. 신분증을 카피하고 등록양식을 적으니 바로 심카드를 준다. 세상 어디를 가도 전화와 인터넷이 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청년은 다음날 포카라에 가는 버스티켓을 구해야 한다며 터미널 부터 가야 한단다. 나 역시 카트만두를 둘러 볼 시간이 거의 없던터라 결국 잔소리 한 마디를 하게 된다.

'사람은 시간과 돈을 적절하게 나눠서 쓸 줄 알아야 하는데,  숙소 리셉션에 $1~$2 더 주고 부탁하면 쉽게 버스 예약이 가능할꺼야. 그거 아끼자고 터미널 오가다 구경은 하나도 못하고 체력과 시간을 소모하면 긴 준비 끝에 온 보람이 덜 하지 않을까? 무조건 돈을 아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기회비용을 생각할 때, 지금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할 때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온갖 걱정이 얼굴에 가득하던 녀석이 오랜만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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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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