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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Jun 14. 2017

1.맙소사! 마흔 넘어 다시 배낭여행이라니...

히말라야 정상을 가는 것도 아니고, 고작 2주간 트래킹을 가는 것이었지만 가 보지 않은 길은 설렘과 두려움이 늘 함께 하기 마련이기에 싼 짐을 다시 풀어 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할 수밖에 없다. 듣자 하니 짐을 들어주는 포터에게 최대 맡길 수 있는 무게가 16kg이라니 최대한 무게를 줄이는 연구가 필요했다. 쭉 펼쳐 두고 가져가면 100% 짐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제외시켜야 했다. 그래도 싸고 보니 20kg이 넘는군.

일 때문에 떠나와 홀로 지낸 싱가포르에서의 7년 생활을 정리하며 떠나는 여행이었다. 모든 짐을 한국으로 부치고 여행에 필요한 물건만 남겨둔 상태인 데다 여름나라에서 겨울용품을 구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지만 찾는 물건을 구하는 일 자체도 어려워서 어떤 물건은 울며 겨자먹기로 만만찮은 비용을 들여 구입하기도 했다. 결국 겨울용 침낭 같은 중요한 몇 가지는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것을 지인에게 보내 항공으로 전달받아야 했다. 


히말라야를 가야겠노라 마음먹은 것은 어렸을 적 어렴풋이 품어 봤던 꿈 때문이었다. 아마 국민학교(초등학교) 때였나 보다. 교과서에서 흰 산 위에 태극기를 들고 얼굴엔 이상한 가면 같은 걸 쓰고 있는 사진을 봤는데, 그 옆에 쓰여 있기를 '한국인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 고상돈'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다.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라는 말이 어린 마음에도 벅차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후 에베레스트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었고, 그저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어느덧 마흔이 되고 보니 살아가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고, 정상을 오르기는 어려워도 근처까지 가는 것은 마음에 달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모험심이 가득했던 젊은 시간들을 지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순간, 잊고 있던 까마득했던 꿈 하나가 불현듯 생각난 것이다. 

어쩌면 꼭 그곳을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들이 백만 가지였다. 산도, 겨울도 없는 나라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운동량이 그리 많은 상태도 아닌데 무작정 히말라야 트래킹이라니, 말도 안 통하고, 아는 정보도 별로 없고, 더구나 혼자 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네팔에 가기는 서울보다 싱가포르가 가까웠고, 한국이란 사회는 늪 같아서 돌아가면 큰 맘먹고 나오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혹시나 싶어서 동행할 사람을 찾아볼까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다. '안나푸르나'에 가려면 들려야 하는 도시 '포카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시는 '산촌 다람쥐' 주인장께서 답글을 주시길 '어차피 걷는 건 혼자 하는 겁니다.'. 읽고, 또 읽고, 곱씹어서 읽히던 그 답변 '어차피 걷는 건 혼자 하는 겁니다.' 그 말은 이곳을 갈까 말까 하는 조금의 망설임마저 없애 주었다. 편하고 좋은 어디를 가도 결국 혼자 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까. 어차피 갈 길이면 가고 싶었던 나의 길을 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세계여행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배낭여행 #트래킹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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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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