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며 배우다.
“아빠! 저 혼자 마트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보내주세요!”
아, 어쩐다. 아빠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
이제 아들이 키가 좀 자라서, 공동현관의 센서가 아들을 인식할 수 있게 돼서,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가볍게 집 앞에 있는 분리수거장에 우유갑을 버리는 일 정도는 시켰다. 몇 차례 반복 하더니, 이제는 더 멀리 혼자서 나가고 싶은 것 같다. 마트를 보내 달라고 하다니. 아직 아빠는 두려운데.
우리 집에서 마트까지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 길을 가는 동안 길을 건너야 하는데, 위험한 곳이 있다. 아파트 내에서 길을 한 번 건너야 하는데, 여긴 괜찮다. 자주 건너 봤으니까.
그다음, 아파트 입구에서 6차선 도로를 건너야 한다. 도로가 길지만, 보행자 신호가 긴 편이고 사람이 많이 건너서 위험하지는 않다.
그런데 마지막 작은 건널 목이 위험하다. 자동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길인데, 길 가에 세워져 있는 가게 홍보용 에어 바운스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를 가린다. 그래서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지 못하고 급정지하는 경우가 있다. 거기서 나도 놀랐던 적이 몇 번 있어서, 아들이 마지막 건널목을 잘 건너갈 수 있을까 불안하다.
‘그래, 언제까지 내가 따라다닐 수는 없지. 이 번에 한번 해보지 뭐’
‘아니야, 너무 위험한데? 아직은 안 돼. 아들이 잘 살펴도 사고가 날 수 있어’
새가슴 아빠라서 두렵고 위험하다는 것을 가르쳐 줄까? 아니면, 정말 멋지게 아들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새와 같은 마음을 가진 새가슴 아빠가 될까. 아들의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키워주느냐, 아들에게 두려움을 키워주느냐. 기로에 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아들은 어린이 집과 유치원을 오가며 같은 길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걸었다. 마트를 갈 때 얼마나 자주 걸었던 길인가. 아빠가 새가슴이라서 그때마다 무엇이 위험한지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래! 그동안 많이 해봤으면 됐어. 내가 새가슴인 거, 아들에게 물려줄 것까지는 없지. 용기를 내본다. 일단은 뒤에서 거리를 두며 연습해 봐야겠다.
아빠가 새가슴이었지만, 진짜 새, 가슴이 되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