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0-1
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0-1
정시와 수시 사이
1997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해찬 전 총리는 ‘공교육 강화’라는 명분 아래 대학입시에 수시제도를 도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시제도는 점차 영향력을 확장했다. 초기에는 대학 입학 정원의 10% 정도를 수시로 채웠다. 현재는 70% 이상이다. 수시 제도도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각 고등학교의 내신을 중요시 보는 학생부 전형, 대학교에 가서 면접을 보는 면접전형, 대학별 논술 문제를 통해 학생을 평가하는 논술 전형,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해 능력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전형, 외국에서 살다온 학생들을 위한 재외국민 전형 등 많은 전형이 생겼다.
수시 제도는 겉으로 보면 상당히 그럴듯한 제도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13, 14년 두 번의 대학입시를 겪으면서 이러한 수시제도가 공교육 강화라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다수의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1) 불명확한 선발 기준
대학은 논술전형의 모든 과정을 비공개로 실시한다. 논술전형 지원자들은 6만 원의 비싼 전형료를 내고 대학에 가서 교수들이 낸 논술 문제를 2시간 풀면 끝이다. 지원자는 자신이 논술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대학의 입맛대로 뽑는 것이다. 그래서 합격자들은 자신이 왜 합격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불합격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빠진다. 필자도 논술을 가장 못 썼다고 생각한 대학에서 예비번호를 받았고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한 대학에서 예비번호도 없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입학사정관 전형도 불명확한 선발기준을 대표하는 주요 전형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들의 스펙, 자기소개서, 내신 등을 보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한다. 이런 방식으로 어떻게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지 의문스럽다. 잠재력이란 평가 요소를 대학 입시에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 이기도 하다. 논술전형과 마찬가지로 입학사정관 전형 또한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문은 더욱 가중되는 추세다.
2) 존재 자체가 의문스러운 전형
대표적인 수시제도가 재외국민 전형이다. 재외국민 전형은 외국에 수년 살다온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형이다. 대학은 지원자들을 평가하기 위해 영어 논술, 영어구술 면접 등 자체 시험을 실시한다. 우선 외국에서 살다온 지원자들을 위해 굳이 정원까지 빼주면서 모집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 결국 이 전형은 부유층 자제들이 쉽게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학교에 처음 들어가 개강총회를 하던 날, 한 선배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후배님, 정시로 들어왔어요? 전 재외국민 전형인데 수능 5, 6등급 나왔어요 ㅋㅋㅋ'
3) 수능 상위 3%와 30%
필자는 두 번의 정시 시즌을 겪었다. 정시의 경우 정말 피 말린다. 수능 하루의 컨디션에 따라갈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진다. 잘 봤다고 하더라도 원서 접수라는 눈치 싸움을 거쳐야 한다. 한, 두 문제 차이로 대학 급간이 달라지고 안정지원이라 여겨지는 지원도 2월 달 전화찬스라 불리는 추가합격까지 긴장을 하며 기다린다. 필자도 14년도 입시에는 추가합격으로 대학을 들어갔으므로 ‘똥줄’ 타는 느낌을 맛봤다. 그러나 수시제도는 다르다. 수능의 영향력 자체가 현저하게 줄기 때문이다. 논술전형은 수능 최저기준을 나름 높게 유지하며 수능의 영향력 문제가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논술전형의 수능 최저기준이 더 높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5 입시에서는 수능 최저기준을 더 낮췄다. 현재 18 입시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대학이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능 최저기준이 상당히 낮거나 아예 없는 입학사정관 전형 및 재외국민 전형 등은 정시생을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만든다. 정시로 즉, 수능으로 3% 이내 성적을 내야 들어갈 대학을 위와 같은 전형으로 들어가는 지원자들은 수능에서 30%가량의 성적을 받고도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4) 공교육 강화?
수시제도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논술전형 (현재는 비율이 많이 줄어들은 논술전형. 14년 당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시를 논술 6개로 사용했다.)은 공교육 즉 학교 수업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과목이다. 논술 지원자들은 사교육을 통해 논술을 배운다. 입학사정관 전형 또한 스펙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학원들이 나타나며 사교육을 오히려 부추기는 제도가 되었다. 대입을 위한 자기소개서는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처럼 자소설이 된 지 오래다.
필자는 수시생 또한 정시생의 노력과 맘먹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필자는 현행 대학 입시 제도를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정시 즉 수능 성적만 가지고 지원자들을 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수능 시험 자체의 목적은 수험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수시 제도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현재의 수시 정시 비율은 7:3 정도다. 못해도 5:5 정도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정시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수능 절대평가 화(化), 원점수 부활, 최저등급 폐지 등 모순적인 정책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공정을 대표 슬로건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ps. 본 글은 재수를 끝낸 14년도에 쓴 칼럼입니다. 18년 현재 조금 다듬어 봤습니다. 또다시 대입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공정을 중요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해결책이 궁금합니다.
http://m.podbbang.com/ch/16473
본격대학전공리뷰 팟캐스트
'전공투어'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험생분들이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분들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 기획을 한 방송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