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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타 May 14. 2018

재수생의 생일

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번외편 1

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번외편 1.




재수생의 생일


0.

 다가오는 일요일, 5월 20일은 제 생일입니다!! 그래서 재수생 때의 특별했던 제 생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실 재수생에겐 생일도 생일이 아니죠. 당시 저는 피처폰을 썼고 SNS도 모두 비활성화 해놓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축하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축하받을 생각도 없었고요. 재수생인 제 자신을 부정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재수생 때 받은 하나의 ‘축하’가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그 썰에 대해서 가볍게 풀어볼까 합니다. 이제부터 평어체로 쓸게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1.

 대학에는 방학이 있고 회사에는 연차가 있다. 재수생은 아무것도 없다. 필자는 재수학원 때 공식적인 휴가 3일을 받았다. 가장 더운 여름날 7월, 재수학원은 온갖 생색을 내며 학원생들에게 휴가를 줬었다. 만약 이 3일의 휴가를 연차 개념으로,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면 나는 언제 썼을까? 아마 생일 때 썼을 것이다. 생일을 학원에서 공부만 하며 보낸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순 없었다. 2013년 5월 20일. 생일이었지만 새벽 6시에 일어나 10시에 학원을 나서는, 재수생의 생일을 지냈다.      



2.

 터덜터덜 학원 밖을 나서며 오전에 반납한 핸드폰을 켜봤다. 부x친구들의 축하 몇 통 밖에 없었다. 자업자득이었다. 재수한다고 이냥 저냥 한 인맥들은 모조리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망스러웠다. 여자친구도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업보인가 싶었다. 에라이 xx.     



3.

 집에 가는 길. 여친한테 전화할까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안 했다. 축하를 구걸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속으로 욕을 곱씹으며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에 사는 나는 한 놀이터를 거쳐야 집에 빨리 갈 수 있다. 솔직히 밤중에 놀이터를 가는 건 무섭지만 빨리 가서 꿀잠 자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된다. 이어폰을 꽂고 빠른 걸음으로 놀이터를 지나가던 중 어떤 여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그네를 타고 있었다. 흡사 처녀귀신. 더 무서워서 얼른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를 자세히 보니 내 여친이었다!     



4.

 나는 재수생. 여친은 대학생. 더구나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 그녀가 생일 케이크를 들고 내 눈 앞에 서있네? 사실 여친한테는 센 척을 했다. 요즘 재필삼선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이란 말도 있는데 재수가 대수냐 이러면서. 하지만 이 날 나는 무너졌다. 그냥 눈물부터 났다. 25년 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인 듯 싶다. 근처 24시간 카페를 들어가 오랜만에 연인다운 하루를 보냈다. 여친은 새벽 기차를 타고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같이 밤을 새웠다.      



이런 추억이 있었던 탓일까.

꿈같은 5월 20일을 보내고 5월 21일을 맞이했다.

밤을 새웠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피곤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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