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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타 May 21. 2018

갑과 을이 뒤바뀐 재수학원

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7

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7



갑과 을이 뒤바뀐 재수학원

    

1. 더워 죽겠는데 난 왜 학원에 갇혀있는가


 6월 모평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레타. 기분 좋은 추진력을 얻어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주 70시간 공부법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게 웬 걸. 기대도 안 한 학원 장학금을 받았고 사설 모의고사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엣헴. 우쭐대려고 어깨가 꿈틀꿈틀 거렸다. 그러나 그때마다 어깨한테 진정하라고 하면서 방망이 깎는 노인 마냥 수능을 깎는 레타가 되었다.


 사실 반 내에서도 나는 ‘없는 사람’이 되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공부만 하다 보니 처음에는 왜 인지 모를, 시기와 질투 어린 시선이 있었다. 여름이 되니 ‘그냥 쟤는 공부만 하나보다’ 하면서 응원하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그렇기에 더욱 정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또다시 자존감 하락이 발생했다. 7월이 되니 열대야가 드리우면서 대학생이란 존재들은 방학이란 이상을 경험했다. 재수생은 2월과 다를 게 없었다. 아니다. 달라졌다. 나의 자존감은 더더욱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왜 그랬을까. 그때의 일기를 들춰보니 역시나 처음과 동일한 이유였다.


 인간의 사적인 거리는 1.2m 안 쪽이다. 그러나 재수학원에 서식하는 나의 사적인 거리는 1m도 채 되지 않았다. 흡사 돼지우리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더구나 여름이기에 땀범벅이 되고, 학원에서는 그 흔한 에어컨 하나도 켜주지 않고, 몇 개의 선풍기로 때우고.


 소비자인 수강생이 을,

생산자인 재수학원이 갑이 되어버린 이상한 공간이었다.



2. 친구들의 이탈


 재수학원에선 교묘하게 가스라이팅을 한다.


 ‘재수학원’에서 이탈해 독학 재수를 선택하는 친구들은 무조건 망한다는 말. 마치 괴벨스가 된 것처럼 계속적으로 자신들이 갑이라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독학재수로 갈아타는 친구들이 망한다는 말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재수학원이 이 말을 하는 건, 상업적인 의도가 다분히 보였기에 불쾌감을 느꼈다.


 이 가스 라이팅에서 탈피한 친구들이 있었다. 6월 모평을 보고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이자 재수학원을 제 발로 걸어 나간 친구들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별다른 교감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한 친구들이 떠난다는 사실 자체가 싱숭생숭했다.


 ‘아 나도 이 돼지우리에서 얼른 나가고 싶다...’


 그러나 순간의 감정 뿐이었다. 나갈 마음은 1도 없었다. 가스 라이팅에 퍼덕거리는 나이기도 했고, 어찌됐든 이 학원이 내 성적을 올려줬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는 건 나이지만 강제성을 부여해준다는 측면에서.




대학생들의 입학이 있었던 3월,

대학생들의 방학이 있었던 7월.


분명 나는 그들과 다른 신분인데,

그들의 일정에 맞춰 심경이 변화하고 있었다.


갑과 을이 뒤바뀐 이 재수학원에서




http://m.podbbang.com/ch/16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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