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10
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10
인생 두 번째이자 마지막 수능 (1)
1. 수능 전 날
수능 전 날,
재수학원 이놈들도 양심은 있었나 보다.
점심까지만 학원에 있었다.
담임의 마지막 종례.
담임은 항상 명언 비스무리한 걸 말해줬다.
마지막 종례도 마찬가지였다.
기억에 남는 말.
“수능 전 날까지 이 학원에서 버틴 너네는 진정한 승리자다.”
마음속으로 반박을 했다.
“아니에요 쌤. 내일 전쟁에서 이겨야 진정한 승리자랍니다..”
마지막으로 그나마 친했던 친구들과 서로 건승을 빌어줬다.
모레 웃으면서 만나자고.
그렇게 집에 왔다.
공부를 해야 했다.
책을 폈으나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심란했다.
x발, 내가 1년 동안 개고생한 게 내일 하루에 결정되다니.
근처 놀이터로 내려가 끊었던 담배 한 까치를 물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레타야. 고생했고 내일 웃으면서 통화했으면 좋겠다..”
2. 수능 당일
수능 전 날, 한 세 시간 잤나?
잠 오지 않을 걸 고려해 저녁 10시에 누웠지만 역시나 잠은 오지 않았다.
애초에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본성 때문이었을까.
나는 눈물이 없다.
운동할 때,
부상당한 날, 때려쳐야 할 만한 부상이었던 걸 직감했던 때.
그때만 울었다.
하지만 수능을 보러 가는 날,
아버지가 고사장으로 나를 데려가던 아침.
그 날 울었다.
대략 330일 정도.
조그마한 학원에 갇혀서
주 70시간 내내 공부만 했다.
이 노력은 수능 당일,
샤프 끄적거림 몇 번 만에 결정된다.
이런 x같은 수능 제도가 안겨준
거대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위에서 속으로 생각한 말을 아버지한테 말했다.
그것도 울면서.
“아빠, x발 1년 개고생 했는데 왜 오늘 한 번의 시험으로 내 인생이 결정되는 거야..”
아버지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출발하지도 않았다.
내가 진정이 되어서야
아버지는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고사장 도착 후,
아버지는 포옹을 해주며 말했다.
“이따가 술 한 잔 마시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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