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트랩 비평
전형적인 용두사미의 드라마 '트랩'
OCN이 OCN 다운 기획을 준비했다. 바로 ‘드라마틱 시네마’다. 말 그대로 드라마에 영화적 요소를 삽입해 색다른 드라마를 표방한다는 의도다. 이 드라마틱 시네마 시리즈의 첫 번째는 '백야행'의 박신우 감독의 <트랩>이었다.
∗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정주행 끝내신 분들이 읽기를 추천합니다.
첫 화부터 왜 ‘드라마틱 시네마’라 명명했는지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는듯한 어둡고 거친 질감의 화면과 배경이 이를 증명한다. ‘사냥’이란 특수한 소재도 인상적이다. 흡사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떠올리게 하는, 산을 배경으로 한 ‘헌팅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인간사냥은 시청자에게 몰입감과 스릴을 안겨준다.
스토리의 주제를 관통하는 ‘이종(異種)’도 매력적이다. 재벌, 정치인, 기업인, 의사 등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권위를 지닌 자들은 자신들은 범인과 다르다는 굳건한 믿음을 ‘사냥’으로 표현했다. 마치 아돌프 히틀러가 아리안족 유전자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전무후무한 학살을 저지른 것처럼,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의 빌런 발렌타인이 행하려 했던 인구 말살 프로젝트처럼 이들은 본인들을 이종으로 규정하며 사냥을 벌였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립 속, 인물 간의 얽혀있는 복잡 미묘한 관계들도 보는 재미를 배로 더해줬다.
하지만 이는 첫 화서부터 5화까지만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1~5화는 역시 OCN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시원시원한 전개 속도에 음산한 BGM과 다크한 화면이 주는 스릴감까지. 그러나 6, 7화부터 확연히 다른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드라마의 재미를 증폭시켜줬지만 복선이란 게 하나도 없어 맥이 빠졌다. 이서진의 계락이 언제부터 진행됐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마지막화에 관련 내용이 나올 줄 알았지만 그저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거악을 제압한 전무후무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라는 대사 한 줄로 마무리했다. 중간중간 상황을 반전시키는 사건들도 갑자기 진행되는 맥락이 많아 아쉬움을 더했다. 더불어 일종의 치트키인 '열린 결말'로 복선을 급하게 마무리 짓는 모습마저도.
전체적인 스토리라인도 빈틈이 많았다. 빈틈이 많았다기 보단 ‘답습’의 경향이 짙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트랩의 스토리라인을 유심히 살펴보면 과거 한 OCN 드라마가 떠오른다. <보이스 1>이다. 악의 중심인물과 악연으로 얽혀있는 열혈 형사(장혁, 성동일), 특수한 능력을 지닌 경찰(이하나, 임화영)이 만들어나가는 버디 드라마 형식. 더구나 악의 중심인물은 똑같은 사이코패스(김재욱, 이시훈). 종반부로 갈수록 스토리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모습까지. 어떻게 보면 트랩은 보이스의 각종 특수효과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연기력 문제도 있었다. 다수의 예능 출연으로 인한 과한 이미지 소비 탓인지 몰라도 이서진과 김광규의 연기는 완벽하지 못했다. 임화영의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프로파일러’라는 특수한 직업을 연기했기 때문일까? 그는 국어책을 읽는 듯한, 설명 투의 대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드라마다. 마지막화를 보고 나서, '스토리라인을 더 풍부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이종’이라는 측면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무의미한 가정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네마틱 드라마’라는 색다른 장르로 눈을 즐겁게 해 줬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고 해야 할까. 기대했기에 더욱 아쉬웠던 드라마 <트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