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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타 Sep 27. 2018

'비밀의 숲'이 될 수 없었던 '라이프'

jtbc 라이프 비평


jtbc 라이프 비평 - '비밀의 숲'이 될 수 없었던 '라이프'



 이수연 작가의 첫 작품은 국내 추리극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역대급 드라마 <비밀의 숲>. 첫 행보부터 모두를 놀라게 했던 그녀는 두 번째 작품의 배경을 ‘병원’으로 택했다. 그녀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조승우, 유재명과 다시 손을 잡았다. 역시나 100% 사전제작. 홍종찬, 임현욱 PD와 함께한 jtbc 드라마 <라이프>다.     


∗ 인물 지칭은 극중 이름으로 대신하겠습니다.

∗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정주행 끝내신 분들이 읽기를 추천합니다.



 1. 라이프 : 생명과 삶

 

 드라마의 제목 <라이프>. 굉장히 중의적이다. 인간의 생명을 뜻하기도 하고 인간(자신)의 삶을 뜻하기도 한다. 이수연 작가는 ‘라이프’란 단어가 함유한 중의성을 넘나들며 극을 전개했다.     

 

 인간의 생명을 위해 힘쓰는 공간인 병원을 배경으로 구성원의 다양한 인간 본연의 삶을 그려냈다. 극의 초반부는 인간의 생명을 대변하는 의사들,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 구승효의 대립이 첨예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라이프의 중의성은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동시에 숨겨져 있던 의료계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의사의 의견도
결국 자신의 삶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대악으로 보였던 구승효,
그리고 그의 행동에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라이프>에도 절대악과 절대선은 없었다.



 2. <라이프>가 보여주고 싶었던 인간의 삶


 인간의 삶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정해진 답은 없다. 그 누구도 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 이수연 작가는 본인이 생각하는 ‘라이프’를 마지막화에서 선명하게 보여준다.      


 예진우는 새로운 사장, 조회장의 동생을 노려보며 앞으로도 상국대학병원을 위해 헌신할 것임을 암시한다. 더불어 환상 속의 예선우를 떠나보낸 후 선우와 함께 바다로 향했다. 형제애가 진우의 라이프였다. 이노을은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내려가 본인만의 ‘라이프’를 완성하려 노력한다. 구승효는 조회장의 밑에 남았다. 그러나 큰 변화가 있었다. 그에게는 '이노을 선생'이 아닌 ‘이노을 씨’가 있었다. 이노을 씨와 새로운 라이프를 다짐했다. 물론 아직 자신만의 라이프를 찾지 못한 선우창과도 같은 인물도 있었다.      


 이수연 작가의 ‘라이프’는 다음의 대사로 정리된다.

 구승효의 비공식적인 퇴임사 중 일부다.


 "얼마나 버틸 것인가. 기본이 변질되는 걸 얼마나 저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러분의 손에 달린 거겠죠 이젠. 무너질 사람. 버텨낼 사람. 거슬러 오를 사람. 완벽하지도 않고, 예상 외로 우월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우왕좌왕하는 듯 보여도 끝내는 실천에 이르는 사람 여기에도 있겠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에 충실하며 달려온 드라마 <라이프>.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라이프>의 동력을 무너뜨렸다.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산발성’이다.     


 <비밀의 숲>이 칭송받았던 이유. 뚝심이다. 오로지 한 가지 사건을 전제로 극을 진행한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 이뤄지는 완벽한 ‘떡밥회수’도 압권이었다.      


 <라이프>는 <비밀의 숲>과 같은 추리극은 아니기에 두 작품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다. 그러나 이수연 작가에게 ‘기대’는 했다. 역대급 드라마, <비밀의 숲> 작가니까. 초반에는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병원 내 치열한 권력다툼과 암투를 압도적으로 그려냈다.

 <라이프>는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수적인 장치가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화정 그룹과 새글 21. 분량이 늘어나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라이프>의 스토리는 밋밋해져갔다. 결국 메인 플롯은 뒷전으로 몰렸고 메인 갈등 중 하나인 이보연 원장의 죽음 원인이 14화, 김태상의 대사로만 풀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어졌다. 동시에 진우와 선우의 형제애, 진우와 서현, 승효와 노을의 러브라인 등 서브 플롯들이 튀기 시작했다.
   

 이 산발성은 캐릭터 설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예진우는 너무나 많은 걸 감당해야 했고 이노을은 갈수록 모호해졌다. 예선우는 완전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연기력 논란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특히 예진우. 예진우 캐릭터는 국내 최정상급의 몇몇 배우 빼고는 완벽히 소화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하나의 소재로 완벽한 주제를 이뤄냈던 <비밀의 숲>.

 산발적인 소재로 완벽한 주제를 이루려 했던 <라이프> 였다.          



출처 : jtbc 라이프



 필자는 <라이프>를 즐기면서 봤다. 그러나 그저 ‘즐거운’드라마였다. ‘명작’이라고 확답할 수 없었다. 결과에 비해 부실했던 과정 탓이었다. 모래성 같은 느낌이랄까.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해야 ‘명작’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드라마 <라이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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