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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타 May 08. 2018

재수생에겐 연애가 사치인가요?

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4

재수생의 재수 라이프 4.


 

재수생에겐 연애가 사치인가요?



1. 4월의 시작
     

 모든 학교에서나 3월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주고받는 새콤달콤과 마이쮸가 상호 간의 어색함을 대변한다.

한 달이 지나는 4월이 되면, 어색함은 친밀함으로 변한다.

 

 재수학원도 마찬가지다. 재수학원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10시간 이상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니 친해지지 않을 리가 없다. 앞서 밝혔다시피 필자는 이 분위기를 기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3 때 까지는 인싸의 정석이었다. 재수 때는 아싸의 정석이었다. 그냥 말 걸어주는 친구가 있으면 대답해주는 정도?


 눈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맨 앞자리서 공부만 했다. 10분 남짓 하는 쉬는 시간에도.


 다들 이랬으면 어땠을까? 4월이 되자 재수생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사감이라 불리는, 일종의 교관들이 있었지만 어떻게 몇 명이 몇 백 명을 케어할 수 있을까. 어색함이 가득한 조용했던 분위기는 친밀감이 가득한 어수선한 분위기로 변질됐다.   


       

2. 재수생의 연애

 

 여자친구가 있었다. 물론 재수학원 안에는 없었다. 당시 여자친구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녔기에 자주 만날 수 없었다. 주말에도 학원에만 박혀서 공부를 하다 보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x레기 같은 남자친구였던 것 같다.      


 학원에서도 재수생의 연애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최상위권반이라는, 우리반도 예외는 아니었다. 궁금하지도 않은 소문들이 내 귀에 들어왔다. 아싸였던 내 귀에도 들어왔으면 담임도 당연히 알 터. 그 둘은 담임과 상담받았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 결과 대외적으로는 헤어졌지만 대내적으로는 사귀었다네.


 입시 컨설팅 업체에서 알바를 할 때 

재수 컨설팅도 진행했다.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어떻게 해야지 성적이 올라요? 그리고 연애해도 되나요?


 전자에 대한 답변. ‘공부만 열심히 하면 올라요.’

 후자에 대한 답변.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


 사실 재수생에게 연애는 사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10시간 넘게 한 공간에 애인이 있는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겠는가. 항상 말하지만 인간은 환경 친화적인 동물이라 애인과 같은 환경 속에서 재수를 한다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다.


 재수는 ‘투자’다. 부모님은 ‘나’라는 상품에 투자를 해, 자신의 투자가 성공하길 바라는 투자자다. 투자자를 위해서라도 성과를 내야 하는 건 인지상정. 그렇기에 열심히 공부만 했다. ‘연애는 대학 가서 하면 된다.’라는 개소리를 믿으며 수능을 위해 달렸다. 여자친구에게도 앞으로 연락 못 할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시 생각해도 x레기 같은 남자친구였다.


 그러나 사치라고 말하지 못했다. 궁극의 치트키 답변 ‘케바케’로 넘겼다. 재수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많은 사례를 봤다. 연애와 재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경우도 있었고 아닌 경우도 있었다.


 굳이 평균을 도출해보자면 

여자는 재수에 성공하고 남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경우가 많았다.

글 쓰는 지금도 궁금하다. 왜 그럴까?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4월.

이 봄기운은 재수학원에도 들이닥쳤다.


 봄의 꽃가루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4월의 봄기운도 재수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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