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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Dec 12. 2021

책;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_ 동네책방 역곡동 용서점 이야기>, 박용희, 꿈꾸는 인생, 2020.05.08


상품으로서의 책, 리테일(소매업)으로서의 서점이 동네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는 과정은 그 어떤 서사보다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라마 슬의생을 떠올렸다. 사람들의 선한 의지가 만들어내는 서사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건, 아마도 갈 곳 없이 헤매던 우리의 시선이 둘 곳을 찾았기 때문 아닐까?)


근래 들어 책을 읽다가, 생각에 잠긴 횟수가 가장 많은 책을 꼽자면 바로 이 책이다. 용서점의 주인장이 쓴 책은 행운을 자랑하며 가볍게 시작지만 은 여운을 남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리테일의 관점에서 "서점"과 상품으로서의 "책"을 살펴보고자 빌려온 책인데. 주문해서 내 서가아두기로 했다.


책장을 넘기며,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드라마 '생'을 떠올렸다. 그건 드라마라서, 그렇게 착한 사람들은 드라마니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서점 주인장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건 현실에 존재하는 엄연한 사실이 된다. 착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지만, 용서점 주인장은 리테일러로서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낸다. 그는 헌책을 기증받거나 다양한 경로로 모은 뒤 선별하여 구색을 갖춘다. 

'천 원' 특가 매대를 가게 앞에 두어 훌륭한 집객점을 만들기도 한다.

손님이 데려온 아이와 대화하면서 엄마가 책에 시선과 마음을 줄 짧은 시간을 벌어주기도 하고.

한참 둘러보다가 그냥 나가는 할머니 손님에게 말을 걸어 "우리 같은 사람도 쉽게 읽을 책이 없어. 너무 어려운 책만 있어"라는 답변을 얻어내기도 한다. 주인장은 쉽게 손이 갈 문고판으로 구색을 넓혀서 갖춘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퇴근길을 걸어오는 아주머니 고객이 짧게나마 책을 볼 시간을 드리고자 가게문을 늦게 닫기도 한다.


훌륭한 사입 구조를 개발하고, 선별하여 배치하며, 집객(모객)을 위한 프로모션을 기획하는가 하면 CS측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이웃이자 손님들에게 서점(상점)의 쓸모를 만들어 주기 위해 고민하고 소통하며 변화한다. 사업의 사명(mission)을 세우는 데 있어 이웃을 살피는 서점.

이보다 훌륭한 리테일러가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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