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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Apr 16. 2022

MD의 일 ; 쇼핑이란 참 흔한 일

쇼핑이란 참으로 흔한 일 중 하나이다.

그저 문득 생각나서 살펴보다가 구매 버튼을 누르거나, 치약이 떨어진 김에 이것저것 묶어서 장바구니에 넣는 흔한 일상 중 하나이다. 물론 특별한 경우도 꽤  많다. 가령 딸아이의 입학 선물을 산다던지, 어머니를 찾아뵈며 좋아하시 수국을 산다던지 하는 구매활동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아주 특별한 순간이 된다.


흔하거나, 특별하거나.

쇼핑은 일상의 많은 일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상품기획을 맡은 MD의 고민이 시작된다. 

일상의 수많은 일들 중, 바로 이 상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MD 선배들은 대개, 상품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나도 일을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20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문득 다른 생각을 해본다. 모든 상품들이 저마다 획득한, 모든 '특별함'들이 정말 '모두'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낼까?


요즘 나는 힘을 빼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있다. 일상에 스며들어, 다소 가볍고, 편안하게 쇼핑하는 마음에 닿아보려고 한다. 특별함에 집착하는 한, 소비자의 입장과 소비자의 마음에 닿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때이다.


'특별함'이라는 단어에 구체성을 부여해야겠다. 그것은 다름 아닌 '효용'이다. 상품의 '쓸모'에 특별함을 가미하고, 일부 과장하는 기법은 우리가 마주하는 거의 대부분의 마케팅이다. 그리고 그러한 거의 대부분의 마케팅은 나오자마자 사라지곤 한다. 사람들은 그러한 마케팅에 감정을 한 푼도 허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지난 20년 간 MD라는 직업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성공, 혹은 실패를 가늠해보면 성공의 방법에 비해 실패의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방향을 잃은 집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를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이렇다


1. 상황이 아닌 상품에만 주목한다

 - 구매자가 상품을 사용하는 상황이 훨씬 중요하다.

2. 판매량, 매출금액에만 주목한다.

 - 기획이 잘 되면 지표는 따라온다


집착하면 필연적으로 생각이 많아지고 구구절절 표현하게 된다. 한 줄이면 될 텐데 몇 문단에 걸쳐 쓰고, 그것도 부족하여 덕지덕지 덧붙이게 된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세를 낮추어 깊게 들여다보는 태도를 갖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한발 물러서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이 직업을 가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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