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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Jan 05. 2022

책들; 리테일러의 관점에서 본 '문구'

<나의 문구 여행기>, 문경연, 뜨인돌, 2020.01.20

<문구의 과학>, 와쿠이 요시유키&와쿠이 사다미 지음, 최혜리 옮김, 유유, 2017.06.04

<문구의 자초지종>, 요시무라 마리&도요오카 아키히코 지음, 김나정 옮김, BCUT, 2020.10.15

<the PEN>, 세릭 조세익 지음, 미호, 2016.12.09

<마음을 사로잡은 디자인 문구>, 스타일북스, 2016.01.29

<문구의 모험>, 제임스 워드 지음, 김병화 옮김, 어크로스, 2015.10.21

<아무튼 문구>, 김규림, 위고, 2019.07.25.


상품으로서의 '책'에 이어, 상품으로서의 '문구'에 접근해보고자, 이번에도 관련 책을 연달아 읽었다.


e커머스의 수많은 상품 중 '문구'는 그야말로 보잘것없이 작은 규모(거래액 실적)카테고리이며, 누구도 다루기를 꺼려하는 분야라서 온라인 쇼핑의 30년 가까운 역사에서도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한 때 '디자인 문구'라는 이름으로 상승세를 타기도 했고 '다꾸' 열풍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는가 싶었다. 하지만 문구 분야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양 산업에 속한다.


그럼에도 나는 책과 더불어 문구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지 따져보는 중이다. 가능성의 단초는 '중의성重義性'이다. 애매함과 모호함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리테일러에게 중의성의 관리는 중요한 과제이다.


"책"은 지식 습득 혹은 학습의 방편임과 동시에 더욱 넓고 크게 확장하여 인류의 문화에 닿는다. 사물로서의 기능보다는 사유의 기능에 더 가깝다. 하지만 서점 주인에게 책은 분명한 '상품'이며, 구매자에게도 돈을 주고 구입하는 '상품'이다. 책이라는 상품을 다루는 데 있어 이러한 중의성은 매우 정교하게 다루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상품'으로서의 책이라는 상품 본연의 성질에 집중하여 온라인 유통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리테일러가 바로 저 유명한 아마존이며, 우리 곁에는 예스 24, 알라딘과 같은 플랫폼이 있다.


비교하여 "문구"는 어떨까? 문구는 책에 비하면 사물의 본질에 가깝다. 그것은 우리 일상의 도구이다. 사무실에서 혹은 서재에서, 공부방에서 늘 사용하는 도구이다. 그런데 도구들 중 가장 복합적인 중의성을 가진 것이 바로 문구이다. 물론 모든 상품은 중의성을 가진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책의 중의성이 가장 추상적이며 복합적이어서 다의성에 가깝다면, 문구는 실용 도구이자, 취향과 취미가 반영된 디자인 도구로서의 중층 구조이되, 양측의 균형이 팽팽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것이다. 실용 도구들 중 오타쿠의 영역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구는 살펴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카테고리이다.


리테일러에게 문구는 디지털 시대의 사양산업이며, 지나친 다양성으로 인해 규모화가 곤란한 분야이고, 취향과 취미의 수준이 높아 소비자 응대가 매우 까다로운 카테고리이다.


하지만 극명한 단점이 곧 장점으로 승화되는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다. 특히 e커머스는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거쳐오면서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각계의 카테고리로 퍼져나가 마치 한 방울의 잉크가 모세관을 타고 스며들듯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연상케 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고거래가 그렇고 명품도 좋은 사례이다.


리테일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이되는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는 지금 제3막을 보고 있는 셈이다. 1막은 개척자들이 문을 열었고, 2막은 대규모 기업들이 성장을 독식했으며, 3막은 완전한 확산을 앞두고 서서히 스며들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다수 출현하는 구간이다.

3막에서, 새로운 유니콘이 나오게 된다면 그들은 아마도 까다로운 분야에서 답을 찾는 편집광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관점에서 최근 내가 리테일러로서 주목하는 카테고리는 도서, 문구, 식물인데, 3개의 카테고리 모두 지금까지는 변두리에 있어 주목은커녕 관심도 받지 못하던 카테고리이다. 사실 이러한 니치 niche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은 리테일러에게는 비효율을 상징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 비효율에서 명징한 色을 찾아낼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으되, 그 어려운 일에서 답을 찾지 못하면 더 크게 손해 보는 일이기도 하다. 시간과 자원을 모두 낭비할 만한 일을 하기로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는 분명히 2막에서 3막으로 이동하는 시기로 보인다. 경쟁의 틈바구니로 굴러오는 거대한 맷돌은 작은 틈새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맷돌 대 맷돌의 승부를 볼게 아니라면 틈새를 찾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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