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언급한 약점들로 인해 내가 늘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성향 혹은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쓰신 분은 전혀 의도하거나 예측하지 않으셨겠으나, 나는그의 강점보다 약점에 더 눈길이 갔다.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은 대목에 이르러 고개를 끄덕였고, 또 많은 부분에 마킹 테이프를 붙여두었다가 초서(抄書)했다. 그렇게 지식을 가려두고 지혜를 얻었다. 양서란 이런 책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더 많은 부분에서 좋았다. 마음에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르치거나, 꾸중하거나 촉구하는데 익숙한 자기 계발 서적을 읽으며 위로를 받다니 신기한 경험이다.
스스로를 드러냄으로써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저자의 첫 책인 <직장인 서바이벌 가이드>에 기술된 일하는 자의 커리어에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평생 일하는 자'가 그것이다. 그는 아마도 평생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리라.
덧붙여서,내가 돌이켜보게 된 약점들을 적어본다.약점이 약점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남을 비추어 나를 보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스스로를 일컬어뺀돌이(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자기 시간을 중요시하는)라며, 되도록이면 퇴근 이후 저녁식사나 회식을 잡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영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사내에서 친밀감을 높이려면 술자리는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이는 약점이라고 할만하다.
나도 그렇다. 나는 퇴근 후에는 회사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되도록이면 지켜보려고 노력해왔다. 평일에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이들과 퇴근 후의 시간까지 나누는 것은 과잉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퇴근 후의 저녁시간, 혹은 야심한 시간의 회식에서 시간의 주체는 누구인가. 함께 하되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면, 혹은 함께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는 내향적이다.
나도 그렇다. 외부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샌 외부로 표현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다. 고민의 실행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스토리텔링이었다.전달력이 강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일은 개인의 성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성향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직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관심을 잡아끄는이야기는 그 자체로 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민할 이유도 없다.
그는 스스로의지박약이고, 잠이 많다는 언급도 한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짐작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
의지박약이라 웬만한 운동은 보통 이용권이나 수강권을 끊어만 놓고 고이 모셔두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벽잠이 줄어든다는데, 나는 잠이 많아서 7~8시간은 꼭 자야 컨디션을 유지한다. 예전엔 생활습관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고, 심지어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까지 있었다. 하지만, 요새는 없다. 잘 때 푹 자고, 깨어 있을 때 요령껏 시간을 쓰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