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빈틈을 사람으로 채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아직도 한다.
사람들 틈에 있어야 안온한 느낌을 받았다.
그 시절, 스스로 외향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허전했고, 밤이고 낮이고 사람들 곁에 머물렀다.
그들이 내 빈틈을 채워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애잔하다.
미망을, 밤이고 낮이고 붙들어 매달려 있었으니, 어찌 애닲지 않은가.
마흔을 넘어, 불현듯 쓰고 싶다는 생각에 몇 년을 매달려 썼다.
그리고, 그 뒤로 많이 읽는다.
읽고, 쓴 문장들은 존재의 허약한 틈을 알아서 채워간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채워가니 장한 일이다.
그럼에도, 가끔 사람들에게 기대 이상의 기대를 한다. 내 빈틈을 왜 그들이 메워줘야 한단 말인가.
이것을 착각이라고 인지했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나마, 한동안 열심히 읽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제 손으로, 살아가야 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