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라니?
고등학교 수험생 생활 5년 동안 잃어버린 게 있다면 해외여행이다. 수험생활이란 정신적, 재정적, 시간적 부담이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첫 번째 유럽 여행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녀온 런던 - 파리 두 도시를 여행했던 일이다. 아직도 기억이 아련하다. 파리에서 소매치기에 핸드폰 도둑맞고, 루브르에서 100유로를 털렸던 일. 하루 반나절을 경찰서에서 신고하느라 보냈던 일이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물론 파리에서 좋은 추억도 있다. 밤 12시 에펠탑 하이라이트 쇼 광경을 보면서 아들 녀석이 무대 위로 올라가 춤을 추었던 모습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런던에서는 자전거나라 가이드 투어를 했었는데, 아시리아 부조 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인상 깊었다. 아마도 가이드 투어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인파 속에서 그냥 지나갔을 작품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유럽 여행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런던 - 포르투 - 바르셀로나를 다녀왔던 여행이다. 포르투에서의 에그 타르트와 함께 먹었던 오렌지 주스의 맛을 잊을 수 없고, 포트 와인의 산지답게 유명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시음했던 좋은 기억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식당이던 골목이던 어디에서든 친절한 포르투 주민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어느 골목에선가 중학생쯤 보이는 소녀들이 한국말로 BTS를 외치면서 반겨주던 모습이 선명하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작품만 제대로 즐겨도 되는 도시이지만, 하몽, 발렌시아 오렌지, 신선한 해산물 빠에야 등 맛난 요리가 가득한 도시이다. 내겐 멋진 도시이지만, 아내에게는 포르투의 푸근함이 더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이제 둘째 딸아이의 수험생활이 올해로 마지막이길 희망하며 내년 유럽 여행을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마지막 여행 이후 코로나의 암울한 시간이 있었고, 10년의 시간 동안 유렵은 또 많이 변해있을 것이다.
항상 쾌적한 5월에 여행을 떠났는데, 아이들의 학기말 시험이 끝난 6월 말 이후에 일정을 시작하는 것도 새로운 변수다.. 꽤 더운 여름에 여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의 유럽 여행은 항상 런던부터 시작했다. 유럽 여행하면 런던을 떠올리면 런던에서의 시차 적응을 마치고 다른 나라를 떠나는 일정으로 계획을 짠다.
이번 여행은 어디를 갈 것인가? 약간의 고민은 있었지만, 하트페어링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에 아내를 설득하는 일은 간단했다. 피렌체를 반드시 일정에 넣자는 데는 만장일치로 합의를 봤다.
피렌체가 포함됨으로써,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미술사 여행을 할 수 있데 되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명작을 보관하고 있는 우피치 미술관을 있음으로 인해, 고대 (영국박물관), 중세 (우피치) - 르네상스 (우피치, 내셔널갤러리) - 근대 (내셔널갤러리) - 현대 (테이트모던)의 미술사 일정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이유로 브런치북으로 사전 계획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흔히들 미술관 투어를 피곤하게 생각한다. 긴 줄과 알아듣기 힘든 이야기들.. 하지만 약간의 스터디만 하고 몇 개의 작품만 둘러봐도 꽤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그 생생한 감동은 여행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기에,
이곳 브런치북에 그 공부의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1차적으로는 우리 가족을 위한 글이 될 것이지만, 혹시나 비슷한 가족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두오모 성당으로 유명한 피렌체는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갈릴레이의 도시이다. 런던은 갈릴레이란 거인의 어깨 위에서 물리학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힌 뉴튼의 고장이 아니던가. 그래서 이번 여행의 두 번째 콘셉트는 과학사 이야기가 될 것이다.
뉴턴과 갈릴레이를 연결하는 수학과 물리학의 혁명기를 돌아보고 근대 과학 시대의 탄생을 살펴보는 일은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서 런던, 피렌체만 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중간 기착지로 어디가 좋을까? 이미 언급한 대로 포르투와 스위스의 루체른을 두고 고민이 시작된다.
런던 - 포르투 - 피렌체 충분히 좋은 일정이지만, 포르투와 피렌체 간 직항이 없어 공항에서 하루를 날려야 한다. 그리고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스위스라는 매력 넘치는 나라에 한 번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40대까지의 유럽 여행에서는 언젠가 이 도시 다시 올 수 있다는 가정이 있었는데, 이젠 다시 못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짜야한다.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지 않은가?
그리고 스위스 일정을 잡으면 좋은 점은 기차 여행으로 유럽 대륙을 횡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런던 - 파리 - 바젤 - 밀라노 - 피렌체 - 로마를 거치면서 유럽의 곳곳의 향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간 일정은 스위스의 루체른의 조용한 마을에서 닷새 동안 머물면서 하루 일정으로 아인쉬타인의 고장 베른을 들르기로 했다.
이렇게 과학자의 이야기는 갈릴레이 - 뉴턴 - 아인쉬타인으로 이어지는 근현대 물리학의 여정을 탐색해 볼 수 있는 여행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26년 6월 말에 떠나게 될 런던 - 루체른 - 피렌체로 이어지는 26년의 유럽 여행, 이젠 성인이 된 아이들을 데리고 보다 깊이 있는 여행을 위해 지금부터 1년을 준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