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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려운 시간: 파리 TGV 탑승

소매치기의 기억을 떨쳐내고

by 은퇴설계자

이 글을 26년 가족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 일정과 동선 간 이동 계획, 그리고 미술사 탐방과 과학사 탐방을 준비하는 글을 엮을 브런치북 시리즈 중 하나의 글이다.


여행의 컨셉과 여행지를 이야기한 첫 번째 글은 아래 링크에서 참고하시면 된다.


https://brunch.co.kr/@retire-planner/15


오늘은 두 번째 이야기로 런던 (영국) - 루체른 (스위스) - 피렌체 (이태리) 간 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써보려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런던 - 파리 여행을 2주일 정도 다녀온 적이 있다. 런던에서 뮤지컬 라이온킹을 보았던 기억, 영국 박물관의 유적에 대해서 가이드 선생님의 훌륭한 강의를 들었던 기억, 하이드 파크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던 좋은 기억과 추억들이 파리의 루브르 앞 튈르리 공원에서 무참히 무너졌었다.


비 오는 느지막한 오후 아이들과 가는 길에 어디서 몇 명이 청년들이 다가오더니 설문조사를 해도 되냐고 하길래 시간 없다.. 돌려보냈는데 그 사이에 런던에서의 추억을 가득 담은 휴대폰을 소매치기당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그날 파리에서의 일정(오랑주르 미술관 관람)은 다 취소되고 숙소로 부랴부랴 돌아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아내는 그다음 날 오전 내내 숙소에 머물고, 나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러 가는 바람에 거의 하루의 일정을 몽땅 날려먹었다.


개인적으론 두 번째 파리 여행이었는데, 에펠탑과 로댕미술관, 피카소미술관, 오르세미술관 등 좋은 기억들이 이 소매치기 한 번에 몽땅 날아가버렸다. 아이들과 아내는 소매치기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렇다고 모든 일정을 취소할 수는 없는 터라, 숙소 바로 앞 루브르를 간편한 차림으로 관람했다.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모든 백팩은 앞으로 매고 다녔는데, 아내의 작은 손가방이 문제였다.


아마도 모나리자 그림 앞에서였을 터이다.. 많은 사람들도 북적이는 모나리자 그림 앞에서 백 유로를 또 소매치기당했다.


이 정도면 파리를 환승으로라도 오고 싶지 않은 도시가 아닐까 싶다.


이번 런던 - 루체른 - 피렌체 여행은 고민 끝에 기차 여행으로 가기로 했다. 각 도시의 풍광도 제대로 즐기고, 기차로 알프스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느린 여행에 제격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코스에서 가장 괴로운 시간은 바로 파리에서의 시간이다. 런던 - 파리를 연결하는 유로스타는 파리북역에 도착하고, 파리 - 스위스를 연결하는 TGV는 파리 리옹역에서 출발한다. 파리북역과 파리 리옹역은 자가용으로 20분이 좀 넘는 거리에 있다.


하지만 역 앞은 우범지대가 아닌가? 물론 아이들이 이제는 성인이 되어서 자기 앞가림은 할 수도 있겠지만,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는 상황 자체가 소매치기들의 타깃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북역과 리옹역 사이를 어떻게 가장 안전하게 이동할 것인지.. 이 20분의 시간이 가장 이번 여행에서 두려운 시간이며 잘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시간과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택시를 타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ChatGPT Image 2025년 6월 15일 오후 02_02_01.png 챗GPT

여행이란 이런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도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위 그림처럼 줄이 길면 안 될 텐데.. 기도하면서 파리에서의 안전한 시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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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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