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박물관에서 우피치미술관까지
이번 여행에서 들르게 될 런던의 영국박물관, 내셔널갤러리, 테이트모던,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은 서양미술사의 걸작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사실 우피치 미술관만 안 가봤지. 영국박물관은 네 번은 가봤고, 내셔널갤러리와 테이트모던도 가이드 투어를 했을 만큼 찐하게 다녀온 기억이 있다.
우피치미술관이 포함됨으로써 고대-중세-르네상스-근대-현대 미술이 이어지는 흐름을 꿰뚫어볼 수 있는 기막힌 여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사실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서양미술사를 들은 정도의 수준으로 시대를 가로지르는 미술사 탐방을 논하기엔 실력이 역부족이나, 요즘같이 AI가 발달된 시대에 챗GPT의 도움만 좀 받아도 훨씬 안목 있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에는 철저한 사전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그 시대의 예술 작품은 그 시대의 권력과 재력을 갖춘 세력이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하기에 깊은 역사 공부에 매우 유용하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들은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그리스 신전을 통해 보여주고 신전을 세울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의 모습은 사실 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온갖 세속의 욕망에 충실한 그리스의 신들을 모셔둔 그리스의 신전의 모습을 영국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역사의 약탈이라는 논쟁을 잠깐 잊는다면 여행자로서는 누려야 할 기회인 것이다. 이런 논리가 아직도 영국의 유물 약탈의 논거라고 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부분은 많지만, 과연 이집트, 그리스에서 잘 보존이 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 있는 건 사실이다.
찬란했던 고대 미술은 기독교 중심의 중세 시대에는 암흑기를 맞게 되었다고 곰브리치 같은 미술사가들은 평가하고 있지만, 다른 시각을 가진 미술사가는 그 시대의 본분에 충실했다고 보기도 한다. 빛으로 현현되는 하나님의 도상을 황금빛 하늘로 표현했던 시대가 중세 미술이며, 그 속에는 오직 신성함을 담아야 한다는 다소 딱딱한 열정이 가득했던 시대다. 그 시대 미술품의 주문자가 교회였기에 작품이 지녀야 할 가치는 분명했다.
고대 그리스 미술품이나 르네상스 미술처럼 조화로운 인간의 모습을 조각이나 그림으로 남기지 못했다고 중세의 미술을 암흑기로 폄하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는 지금 세상의 가치관이 보다 교회, 신 중심이 아닌 개인 중심으로 달라졌고, 집단이 가지는 권위를 부정하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중세 미술은 답답하지 않았을까라는 가치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만 통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단순한 믿음이 지배했던 시대를 마냥 암흑기로 규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순수한 종교적 열정은 지금까지의 세상을 지탱하는데 꼭 필요했던 가치 중 하나였다. 물론 14세기부터 타락한 교회의 면죄부 판매 같은 행위는 순수한 종교적 열정이 부패하였다고 볼 수 있는 증거지만, 십자군 전쟁 이전의 중세 교회는 순수한 종교적 열망이 높았던 시절의 수도권 운동이라던지 베네딕트 수도회의 활동 같은 것들을 보면 모든 시절을 타락한 교회의 시대로 규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중세만 해도 미술과 역사를 연결 지으려고 보니 이렇게 복잡한 세상사를 알아야 하는데, 르네상스, 근대로 넘어가면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 과학의 발견들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 시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보티첼리의 유명한 작품 "비너스의 탄생"을 볼 때 우리는 어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나? 이 그림이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그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신 중심의 서양 중세 시대와 중세 미술을 모른다면 르네상스의 가치를 깊게 느끼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미술 작품 공부에서 시대사를 공부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다. 그 시대 배경을 이해할수록 그 작품의 가치를 깊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그 작품을 하나씩 조명해 가보려 한다.
미술사의 암흑기라 불리는 중세 미술에 대해서도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다면, 르네상스와 근대 미술, 현대 미술은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번 여행은 서양 미술사 탐방이지만, 동양 미술은 왜 서양 미술사와 같이 인류에게 보편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지금 세상이 서양 세력의 아시아로의 확장의 연장선이어서였던 것인지, 동양, 특히 동아시아만 국한해서 보자면 왕조 중심의 정치 체제의 오랜 지배로 인한 것인지, 이런 주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고대-중세-르네상스-근대-현대의 시대 순으로 각 여행지에 들르게 될 미술관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글을 남길 예정이다.
고대의 작품은 영국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 파르테논신전, 앗시리아부조상, 로제타비석을 심층 탐구할 예정이며, 중세, 르네상스의 시기는 원근법과 입체감을 그림으로 담아낸 지오토의 미술품을 시작으로 우첼로, 보티첼리, 다빈치 등 작가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것이다.
시리즈의 각 편에 대해서 미리 가제를 붙여놓았지만 지식이 짧은 탓에 공부하다 보면 제목이 바뀌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장 르네상스만 보더라도 미켈란젤로가 왜 빠졌나 이런 의아함이 생긴다. 회화에 있어서 천지창조라는 어마어마한 걸작을 남기지 않았나? 물론 천지창조는 바티칸에 가야 볼 수 있는 작품이라 논외로 하게 되었지만, 피렌체의 아카데미아미술관에는 그의 걸작 "다비드"상이 전시되어 있지 않은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중심으로 하되 그를 넘어 그 시대를 관통한 작가의 심연을 두드려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미술작품을 통해서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니 참으로 흥분되고 흥미진진한 기대감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