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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편] 누가 청년의 이름을 불러주는가?

송길영 작가의 호명사회를 보고: 무명의 젊은이들을 위한 반론

by 은퇴설계자

시대예보관을 자처하는 송길영 작가가 2024년에 발간한 호명사회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봤다.


집단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핵개인의 시대는 필연적으로 조직에서의 위치, 직위, 직급이 아닌 각자의 고유한 이름으로 서로 인식하게 되는 호명사회를 만들게 된다.


작가는 호명사회는 고유한 이름을 가진 핵개인들이 서로의 이름으로 인식하고 존중하며, 기여를 보상받는 사회라고 말한다.


솔깃했다.


호명사회라.. 나도 이제 회사에서의 직위, 타이틀은 버리고 내 취향과 경험, 관계, Skill이 통합된 나만의 업을 통해 존재하는 세상이라니 꿈만 같은 일이다.


송길영 작가는 호명사회란 책을 내면서 교수직을 버리고 마인드 마이너 (사람의 마음을 파는 사람)이라고 자신만의 업을 정의하며 살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게 진짜 세상의 트렌드여야 할까?


지금 세상엔 많은 젊은이들이 회사에서의 직위, 타이틀을 가져도 보지도 못한 채,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지 않은가?


AI 확산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취업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세상이 그러하니 너도 나도 퍼스널브랜딩하면서 N잡러가 되어서 살아라고 말하는 건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나도 대학생 자녀가 있는지라, 젊은이들의 취업 문제가 남일 같지가 않다.


지루하고 단순한 일들을 AI가 대체할 때 젊은이들은 세상에 나갈 좁은 통로마저 차단된 채 내던져지게 된다.


세상이 지능화되고 고령화되니 젊은이들은 애초에 조직의 상위 포식자가 되길 포기한 채 호명사회로 소환된 것은 아닌지.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는 AI 시대를 슈퍼스타경제라고 부르며, 무슨 일이든 80점짜리 수준의 퀄리티를 초저비용으로 수행해 내는 AI의 등장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자리는 없어지고 좁은 영역에서라도 90점 이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슈퍼스타만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진단한다.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 모두 무한경쟁의 오징어게임으로 내몰리고 있는 건 아닌지.


호명사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의 박탈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대세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라는 외침만이 세상에 가득한 것 같다.


젊은이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호명사회의 일원이 되고, 늙은이는 늙은 대로 회사에서 물러나 호명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인데, 과연 누가 내 이름을 불러줄까요?


송길영 작가는 그 생존전략으로 도반(道伴, 도를 함께 추구하는 친구, 짝)과의 느슨한 연대를 주장합니다.


어쩌면 나의 도반이 되어줄 브런치를 만난 건 호명사회에서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세상에서 브런치라는 공간에 있는 분들은 선택받은 자들일 수 있다.


취향과 경험과 기술이 일천한 이들은 이 느슨한 연대에 끼일 수도 없으니 말이다.


글쓰기는 호명사회에서 엄청난 생존 무기일 수 있다.


글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역량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


글쓰기가 호명사회의 강력한 생존 무기라지만, 이 무기마저 쥐지 못한 채 세상에 던져진 청춘들이 눈에 밟힌다.


기성세대가 만든 '호명사회'라는 프레임이 그들에게 또 다른 족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만의 브랜드를 만들라'고 다그치는 훈수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의 이름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지지해 주는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대'가 아닐까.


나의 글쓰기가 나만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훗날 내 아이가, 그리고 수많은 청춘이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히 설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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