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릴뻔한 지갑으로 얻은 깨달음
치과에 가고 있는데 어떤 자전거 탄 청년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근방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에 의아했지만, 하도 다급하게 부르길래 뭔가 싶어서
들어보려 이어폰을 뺐다.
청년: Are you Kim?!(너 혹시 김씨니???)
나는 순간 이것이 새로운 종류의 인종차별인가 싶었다.
코로나때문에 영국에서도 인종차별이 한참 뉴스에 거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으니,
올게 왔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그래도 "너 김씨니?"가 "칭챙총"보다 낫지 싶어서 (적어도 나는 김씨가 맞으니까!ㅋㅋ)
들어나 보자 이런 느낌으로 대화에 응했다.
나: Yes, I am Kim!(그래 나 김씨다!)
청년: Did you drop this wallet? I have just found this on the road?
(혹시 이 지갑 떨어뜨렸니? 이걸 방금 길에서 주웠어)
오마이갓... 한순간에 모든 의심이 사라지고 고맙고 놀란마음만이 들어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나: How did you know that I was Kim??!(너 내가 김씨인건 어떻게 안거야?)
청년: It was my best guess (이건 내가 때려 맞춘거야)
모든 아시아인이 아시아 이름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하나의 스테레오 타입이긴 하지만,
(실제로 런던에는 많은 믹스레이스(혼혈)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름으로 인종을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검은머리 아시안에 전형적인 한국인의 이름을 가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여겨졌는지 모른다.
인종차별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나는 운 좋게도 한국에서 태어난 소위 말하는 토종 한국인이지만,
만약에 내가 다른 인종으로써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아무리 한국 여권을 가진 한국인이라고 할지라도 인종차별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한국인이 인종차별자가 아니듯,
소수의 차별적 행동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경계하며 산다면 그 또한 인생의 낭비가 아닐까.
나는 나의 지갑을 찾아준 고마운 이웃 덕분에 조금 더 영국에게 경계를 늦추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