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부터 영국으로 입국한 게
2020년 3월 21일,
코로나로 거의 모든 국가가 비상사태가 되었고 영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행히도 영국 국경이 닫힌 상황은 아녔어서 무사히 도착은 하였으나, 록다운이 시작되며 모든 영국 내의 서비스와 음식점,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원래는 도착하자마자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집을 찾을 계획이었으나, 부동산마저도 대부분의 직원이 휴직에 들어가 올스탑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남편 회사에서 마련해준 일본계 게스트 하우스에서(모든 스텝이 일본인) 한 달이 넘도록 지내야만 했다.
후.. 드디어 10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영국으로 와 일본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도 잠시,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는 일본의 온갖 나쁜 점을 가득 모아둔 곳 이었다. 스텝들의 융통성 없음과 룰이 가득한 그곳은 먼 영국에서도 일본의 답답함을 느끼게 하였고, 거기에 있는 동안은 내가 일본에 있는 건지 영국에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 자주 창밖을 보며 나 자신에게 되뇌어 줄 필요가 있었다. 아마 그 한 달이 내 짧은 영국 생활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때였다.
한 몇 주가 지나자 부동산과 연락이 닿았고, 록다운이었던 터라 집을 보러 가지고 못하고, 그냥 사진 5장만 보고 집을 계약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했던 발상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그 게스트 하우스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기에 감정에 치우쳐 그런 결정을 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집은 아주 괜찮았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고장 난 곳들이 꽤 있었지만, 일본에서 살던 집에 비해 2배 정도 넓어졌고, 소음문제도 거의 없었으며, 무엇보다 집 앞에 큰 나무가 있고 정원이 있어, 마치 숲 속에 있는 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을 구할 때 정원은 필수 요소에 넣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코로나 시대에 집안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 같은 일이다.)
하지만 하나 문제가 있었으니, 코로나 여파로 비자 센터가 문을 다 닫아버려, 비자 없이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남편은 스페인 국적이라 특별히 비자가 필요 없었으나, 나는 일본에서 일을 계약을 하고 온 상황이라 비자가 아주 급했었다.
내가 계약했던 일본 회사에 얘기를 하니, 감사하게도 그럼 비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얘기를 해주어서 한시름 놓았으나, 기다림은 너무 지루했다. 이러한 기다림이 얼마나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온갖 취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나둘씩 취미를 늘려가던 중,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이런 온전한 휴식은 직장 생활하고 6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거라, 처음에는 불안하고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이러한 휴식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 깨닫게 되었고 흠뻑 즐기게 되었다.
혈혈단신에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이 런던은, 나에게 외로움을 가져다 줄 줄 알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온전한 휴식을 하면서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을 완전히 바꾸게 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만약에 비자가 빨리 나왔더라면,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코로나야 고맙다.
(이제 많이 쉬었으니 그만 떠나 주겠니...)